경영난이 답습될 수 밖에 없는 '공예계'를 통해 발견한 창업의 실패 요인
앞의 글에서는 모두가 창업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와,
하게 된다면 가장 작은 규모로,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시작할 수 있는
1인 지식 창업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경험하고 연구중인
'공예'분야의 창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공예계는 오랜 시간 경영난과의 전쟁을 치뤄왔습니다.
공방 운영을 10여년, 관련 소셜벤처를 3년 운영하고
공예경영을 6년 정도 연구하다보니 이제는 어렴풋이
우리가 힘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성공을 향한 프로세스가 보입니다.
먼저, 공예의 특성과 공예산업의 실태에 대해 짚어보고 시작할게요.
'공예'란 무엇일까요?
공예의 정의가 궁금하여 네이버에 검색해봤습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는 공예를 이렇게 정의하네요.
1. 물건을 만드는 기술에 관한 재주.
2.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켜 직물, 염직, 칠기, 도자기 따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
공예는 예술이면서, 하나의 산업 분야이기도 합니다.
예술이면, 사업성을 고려하면 안되는 걸까요?
순수예술로서의 공예의 가치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저는 장사꾼인 만큼 공예의 사전적 정의 2번에 주목했습니다.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킨다.>
너무 매력적인 정의입니다. 아름다운데, 쓸모도 있다는 것이죠.
<'기능'과 '장식'의 양면을 '조화'시킨다.> 너무 매력적인 정의입니다.©pexels
세상은 많이 변했고, 경제가 어렵다지만
사람들의 소비수준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소문난 자산가가 아니어도
공예품, 미술품을 컬렉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일상속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의 가구, 공예품을 소장하고
일상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왜, 공예로 먹고살기가 힘들었을까요?
일부 유명 작가들의 경우는 제외하고, 보편적인 공예시장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의 <2022공예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예산업 종사자 중 94.8%가 창업, 그리고 그 중에서도 86%가 개인사업자라고 합니다.
공예로 먹고살기가 어려웠던 첫번째 이유, 사업규모와 자본의 영세성 입니다.
'공예'보다는 '핸드메이드'라고 불리는 (사실 그게 그것입니다만, 묘하게 다릅니다.)
아마추어 공예(공예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공방을 운영하시는 작가님들)까지 포함했을 때,
다른 분야에 비해 창업까지의 문턱이 낮은 편입니다.
재료를 사고, 만들고, 매대에 올리면 그게 창업이니까요.
그래서 대학생 때 창업 수업이나 동아리를 통해 간단한 공예품 소매업을 체험해보신 분들이 많기도 하죠.
해마다 많은 공방이 생겨나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집니다.
공예품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마찬가지고요.
기본 1년, 길게는 3년이면 지속가능성이 드러납니다.
3년차가 되었다면, 지인장사와 동네(지역 내)장사가 끝났을 때입니다.
스타트업도 3년을 버텨내면 잘 한 것이라 하고,
그 쯤 되면 Death Valley가 찾아오잖아요? 공방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3년이 되기도 전에 많은 창작자들이 작업을 그만두거나,
다른 수익원을 찾아 N잡을 시작하게 됩니다.
많은 창작자들이 작업을 그만두거나, 다른 수익원을 찾아 소위 'N잡(job)'을 시작하게 됩니다. ©pexels
두번째 이유, 비전문인력 대비 전문인력이 부족합니다.
공예를 깊게 배운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대학에서만 보아도 공예를 전공하는 학생 중
전공과 관련된 커리어를 이어가는 학생들이 적습니다.
졸업 후 전공분야를 이어가지 않는 학생은
다른 전공에서도 무척 흔합니다.
하지만 공예가 기술의 일종이기도 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예를 전공으로 공부한 학생들의 이탈은
공예계의 큰 약점이 됩니다.
그 학생들은 왜 공예계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공예는 돈이 안된다.'
정말 아무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인걸까요?
분명히
공예를 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죠.
셋째, 통합 정보 공유 주체가 없습니다.
정확히는, 산발적인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 공유가 타 업계에 비해 굉장히 미흡한 편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지원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35.9%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생각보다는 높다고 느끼실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로 사업을 운영하며 (작가 생활을 하며)
정보를 얻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원하는 정보를 적절히 얻고 있는
공예인의 비율은 현저히 낮은 편입니다.
국가나 관련 기관등의 지원사업, 투자, 전시기회 등이 있더라도,
주로 각 주체별로 홍보를 하기에,
공예인들은 본인들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를 모르는 채
막연하게 웹이나 커뮤니티 등에서 정보를 찾아 떠돌아다니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작가 개인의 철학을 담아야 하는 예술이며, 철학까지 고객중심으로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pexels
넷째,
공예는 예술의 한 분야인 만큼, 소량 다품종 형태의 생산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소비자 수요 중심의 상품전략개발이 미흡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작가 개인의 철학을 담아야 하는 예술이며, 철학까지 고객중심으로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게다가 대부분 작가가 직접 판로를 개척해야하거나 직접판매 위주로 운영되고,
해외진출기회가 적기 때문에 유통 실태도 타산업에 비해 너무나 열악합니다.
쉽게 말해, 작가가 창작도 하면서 동시에 영업도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인데,
모두에게 한정적으로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아무리 효율적으로 쓰더라도 빠듯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공예 비즈니스를 최소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영지식이 필요합니다.©pexels
이 모든 것들은 경제・경영학적 관점에서
공예를 비즈니스로서 분석했을 때 찾은 이유들입니다.
공예 비즈니스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은 뭘까요?
업계를 직접 경험한 후 경영을 공부하고 온 저는, 이런 전략을 제안합니다.
첫째,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셋.
공예가도 경제적 이윤을 창출해야
지속가능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합니다.
예술성 다음으로 사업성도 계속해서 고민한다면
분명 달라질거예요.
여기에서 말하는 '사업성'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둘째,
성장을 위한 양질의 공부거리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공예 비즈니스를 최소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경영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런건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경영을 다룬 고전 서적들?
아니면, 공공기관의 교육?
비즈니스 강의?
경영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경영학 공부거리는
이미 세상에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공예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뜬구름 잡는 것 같다고 느끼셨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스케일업을 원하는 많은 공예가들이
직접 경영공부거리를 찾아 나서며,
공예, 예술, 창작과는 결이 맞지 않는 통상적인 경영학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예라는 비주류 예술의 사업을 10년이상 직접 경험해본 제가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우리같은 비주류 비즈니스의 사업가들도 꼭 알아야 할
비즈니스 지식만을 선정해 알차게 풀어드리겠습니다.
깊이, 많이 아는 것과 적당히 알고 잘 가르쳐주는 것은 달라요.
까막눈에서 시작해온 의외로 재미있는 경영학을 쉽게 전해드릴게요.
©pexels
셋째,
예술성과 고객을 모두 챙길 수 있도록 나만의 전략을 세워야겠습니다.
명확한 액션플랜으로 소개해보자면,
'작가, 또는 브랜드와 결이 맞는 유통경로 확보'같은 것이 있겠지요.
마지막 전략은,
성장을 꿈꾸는 사업가들간의 생산적인 네트워크 형성입니다.
작업만 하기에도 늘 바쁜 작가들이고, 제가 사업을 운영하며 만나본 공예가들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심야에 가장 활발히 활동을 하시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또, 공예가들의 비즈니스 인맥은 동문 모임이나 작업실 짝꿍,
작업실 근처 이웃 정도로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성장을 원하는 작가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함께 학습하고, 함께 휴식하고,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필요하죠.
하지만 대부분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기보다는
조용히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기에 모이기도 쉽지 않기는 합니다.
다들 어떻게 비슷한 창업가들과 교류를 하고 있을까 궁금하여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네이버 카페 등을 살펴보니
비슷한 니즈를 가진 작가님들끼리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작은 커뮤니티들이 있더라고요.
강사 커뮤니티, 셀러 커뮤니티 등이요.
©pexels
당연히,
위에서 말씀드린 것들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또, 앞으로 풀어내야할 것이 많은데
이번 글에서 그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담을 수도 없고요.
사업을 하며 만나본 수많은 공예인들에게
사업에서나, 작가생활 중 어려운 부분이 있냐고 물으면,
모든 공예인들이 "돈 안벌리는 거죠. 돈 생각하면 잡무가 늘어나고,
작업만 열심히 하면 그 잡무들이 발목을 잡는거요." 라고 하셨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초보 창업가들에게는 '잡무'인 것이,
경영 면에서는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공예, 예술만큼 창업하기 좋은 무궁무진한 분야가 또 있을까요?
인공지능같은 첨단 기술들이 사람의 직업을 빼앗을까 걱정하는 시대입니다.
다른 관점에서 멀찍이 이 시대를 바라보자면,
사람의 손을 거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나는 <공예, 예술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죠.
꼭 공예가 아니더라도, 우리 각자가 몸담고 있는 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지식과 경험은 어떤 주제로 분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을 필요로 할 사람은 누구일지,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여 상품화하면 매력적일지를 함께 고민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