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이디어를 가장 쉽고 깔끔하게 전달하는 보편적인 방법.
창업이란 사업을 하는 것이죠. 그럼 사업은 뭘까요? 시작하려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공예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작업실을 열어야죠.", "사업자등록부터 하면 되지 않나요?"라고 하십니다.
그 외에는 "재료부터 사고요.", "포트폴리오 만들고요." 등이 있었습니다.
저의 경험에 따라 공예계 위주로 예를 들게 될텐데요,
공예가들의 창업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우선 많은 분들이 '창업', '사업'하면 떠올리시는 것들.
그 무거운 짐들부터 내려놓고 시작하면 어떨까요?
작업실 어떤 지역에서 하고 싶은지, 작업실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그런 것들 다 잠시 미뤄두고,
아예 백지 상태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보는거예요.
사업과 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저는 그걸 '본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본전이라 함은, '장사나 사업을 할 때 본밑천으로 들인 돈.' 또는
'원가 또는 그것에 해당하는 돈'이라는 의미죠.
예술 작품의 가치는 돈으로 매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치란 단순히 판매가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예술로 사업을 할 때에 우리는 이 '본전'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어떤 작업을 통하여 본전 이상을 벌어들여야 지속가능한 것이죠.
이를 경영학에서는 ROI(Return on Investment)라고 합니다.
'투자수익률'이라는 의미로, 투자한 자원 대비 얼마나 벌었냐는 것이죠.
재료비, 작업실 이용 비용을 들여 어떠한 작업을 했을 때,
그 작업을 통해 원가 이상을 벌어야 비로소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음 작업을 선보이며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 흐름을 어떻게 기획할까요?
우리가 신도 아니고, 미래를 보는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그저 아름답기만한 예술 작업이 될지,
아름다운데다 돈도 되는 예술 사업이 될지 어떻게 예상하고 준비하죠?
100%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합리적으로 성공율을 높이고 실패율을 낮추는 사업의 구조를 짜는 방법이 있습니다.
경영 공부를 시작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BMC(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먼저 소개합니다.
예술계에 종사하던 저에게는 캔버스, 모델링이라는 단어 쪽이 조금 더 익숙하더라고요.
그래서 단어를 들었을 때에 두루뭉술하게나마 무엇을 하는 것인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Alexander Osterwalder(알렉산더 오스터왈더)와 Yves Pigneur(이브 피뉴어)가 개발한 도구로,
비즈니스를 기획할 때에 꼭 필요한 9가지 요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표입니다.
이 표를 채우다보면, 내가 이번 사업 기획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소홀했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컨설팅을 할 때 공방/브랜드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이 표를 처음 보여드리면,
이걸 처음 봤던 과거의 저와 같은 표정을 하십니다.
"이런걸 왜 하지?" 또는 "이런걸 할 시간에 작업을 더 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경영을 조금이라도 공부하고나서 다시 보면 하나 하나 불필요한 것이 없는데,
예술하던 우리는 이것들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 채우려고 마음을 먹고 앉으면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하는 점은,
'예술'이란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도 괜찮았지만,
'사업'이란 고객이, 시장이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말 그대로 '금쪽같은' 돈을 내고 우리의 작품을 사겠죠.
좀 골치아프고 못생긴 이 네모 칸들을 채우는 방법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심지어 순서도 좀 특이합니다. 디자인하는 분들이라면 꽤나 스트레스 받으시겠지요.
1. 고객세그먼트 (표의 맨 오른쪽 / 대상고객, 최우선고객, 시장규모)
- 고객은 뾰족하게 잡을 수록 좋음. (20대 여성, MZ세대, 30대 남성...이런 것 금지)
- 최우선 고객: 당장 들고 가서 팔면 사줄 것 같은 사람.
- 대상 고객: 당장 들고 가서 팔면 아마도 살 것 같은 사람.
- 시장 규모: 필요한 줄 몰랐지만 내 작품을 보면 살 것 같은 사람들까지 포함한 집합.
2. 가치제안/가치제언
- 고객에게 어떤 것을 제공할 수 있는가?
- 제품/서비스/무형의 경험 등
- 공예분야라면 작품의 기능, 장식적인 아름다움이 될 것.
3. 채널
-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곳
- 판매나 홍보를 할 수 있는 경로
- 온/오프라인 모두 가능함.
- 처음에는 한 곳에 집중할지, 처음부터 최대한 많은 곳에 입점할지는 전략에 따라 설정.
4. 고객관계
-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는가?
- 고객과 현재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 고객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과 우리가 고객에게 기대하는 것?
- 더불어, 우리 고객들은 왜 하필 우리한테 오는지? 우리만의 경쟁력이 뭐기에?
- 그들을 꽉 잡으려면, 다른 브랜드로 떠나가지 못하게 하려면 (Lock-In) 어떻게 하지?
- 재구매(retention)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5. 수입원
-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 작품 판매 / 키트 판매 / 체험 수업 / 이벤트 기획 등
6. 핵심자원
-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자원으로 어떤 것을 가지고 있는지?
- 기술, 도구부터 지식재산권, 작업실 같은 것들까지
7. 핵심활동
-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활동들
- 제품 제작, 홍보(판매 촉진 활동)
- 홍보도 사업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많은 방법이 있을 것
- 온라인 입점 / 펀딩 / 오프라인 마켓, 박람회, 기획전 참여 등 / 인스타그램 운영 등
8. 핵심파트너
- 수익을 창출하는 주요 활동에 있어 꼭 필요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 또는 할인가에 구매할 수 있게 해주는 재료상
- 외주를 맡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왜 맡기는지
- 외주를 맡긴다면, 정말 외주가 가장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인지 고민
9. 비용구조
- 우리 사업의 돈이 흐르는 구조에 대한 고민
- 돈 들어가는 부분은 어떤 곳들일까?
- 인건비, 제품 제작 비용, 작업실 이용과 관련한 비용 등
위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9가지 항목들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이것들이 다시 4가지 정도의 큰 항목으로 분류될 수 있고,
줄줄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내용은 있을겁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글로 정리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내가 내 사업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어야
영업과 판매가 가능할 것임은 물론이고,
내 사업의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To Do 와 Not To Do를 정할 수 있게 되니까요.
조금 번거롭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해 보다 신중하게 설계해보면 어떨까요?
다음 글에서 이야기 할 예정이지만, 사업 'Lean(린, 민첩하게)'하게 해야 한다해도
나아갈 길을 알아야 빠르게 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