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녀석이 아들입니다.
고등 3년 내내 이래도 되나 싶게 부모 속을 엄청 썩인 녀석입니다.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어서... 내 눈앞에서 대놓고 속 긁는 아이를 보며 제발 나쁜 짓만은 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아이였습니다.
우주의 기운을 모았는지.. 가족의 기도덕인지..
다행히 대학 가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잠깐 만나는 게 서로에게 너무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평일에 잠깐 보고 싶었다가 주말 동안 철없는 아이모습에 또 진저리 칠 때쯤 돌아가고.. 그럼 또 짠하기도 하고..
이런 이중적 감정의 반복 중에 잠깐씩 사소하지만.. 명치끝을 강타하는 찡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었습니다.
한 달 전쯤인가 식당에 가족전부 밥 먹으러 갔는데 칼국수에 앞서 만두가 먼저 나왔습니다. 먹는데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은 저는 한 템포 늦게 젓가락을 들었는데..
무심코 내 앞접시로 쑥 들어오는 아들의 젓가락...
항상 자기 먹느라 바쁜 아들이 제 그릇에 만두를 턱 놓아주는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친절이라 주책맞게 눈물이 글썽..
남편에게 왜 아들보다 빨리 먹어서 나처럼 이런 호사를 못 누리냐며 농담 섞인 한마디 했지만 혼자 감동의 도가니였어요..
엊그젠 약속 있어 나가는데 시간 늦었다며 차로 데려다줄 수있냐길래.. 속으로는 그러게 왜 늦게일어나 준비하며 나를 귀찮게 하냐 욕을 바가지로.. 겉으로는 이해심 많은 엄마 코스프레를 하며 약속장소 내려주는데..
평소 같았음 늦었다 뒤도안 돌아보고 갔다 올게 외치며 차에서 내리던 녀석이
갑자기 뒤돌아 차 문 연채로 내 눈을 보며
`아침부터 고마워` 이러고 문 닫는데 심쿵..
집에 오며 혼자 또 글썽이며 감동의 도가니..
울 집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는 10년 지기 친한 언니에게 이 사소한 친절에 감동받았다 얘기하며 둘이 또 눈물 한 바가지..
언니도 알거든요 제가 얼마나 아들 때문에 속 썩으며 살았는지..
1년 364일 힘들다가...
만두 3초, 고맙다 7초..
10초로 나머지를 채우고 사네요..
조금만 더 그 행복한 시간이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