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뛰놀던
커다란 운동장
숨이 턱에 차고
배가 고파
도무지 정복하지 못한
대우주 학교 운동장
어느 한 날
손바닥만 해진 운동장
한걸음 두 걸음
장난감을 만지듯
금세 지루함이 찾아들고
미니어처가 된 학교 운동장
시끌벅적
꺄르르 꺄르르
숨 넘어갈 듯 넘쳐나는
수다스러움에
지구가 덜썩이던
군중 같은 친구들
세상 반쯤은 차지한
풍성함으로
언제나 비좁던
우리들의 테이블
어느 한 날
시끌벅적
꺄르륵 꺄르륵
숨이 찰만큼
수다스러운데
세상은 조용하고
우리가 자리한
이 테이블은 너무 넓어
허전하다
시간이 가고
세상이 변하고
그래서 우리는
점 점
몸이 자라
세상이 작아지고
멈추면
그래서 우리는
점 점
마음이 자라
공간이 넓어지고
멈추면
그래서 우리는
점 점
의식이 자라
저기 여기 거기가
연결되고
그래서 우리는
점 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