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무료했다.
훅 하고 찾아온 무덤덤이 내 일상을 지배한 듯 일상에서 재미가 점점 없어졌다.
한방에 훅 가버렸다.
일상의 재미가 사라졌다.
기어이 내 머릿속이 비어 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비어가니 생각이 잦아들고 생각이 잦아드니 하고픈게 줄어들고 하고픈게 줄어드니 일상이 차가와지고 일상이 차가와지니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 무감각을 타고 무기력이 스며드니 시간이 무의미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훅하고 말이다.
무엇이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내 전체가 무미건조함으로 채워지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일상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무언가를 하려면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고통스럽게 애를 써도 머릿속에 생각이란 것이 들지 않는다.
답답한데 어떻게도 되질 않는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고 곰곰이 곰곰이 찬찬히 찬찬히 살펴보아도 내 머릿속은 공허하다.
마치 공갈빵 속 같다.
한 입 베어 물기가 무서울 만큼 바스락거리는 내 머릿속을 안타까와해보아도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혹 이것이 병인 것일까?
뭐 우울증 이런 거 말이다.
애쓰지 말아야겠다.
애쓰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에게서 나는 나의 가여움이 보인다.
그렇게 무의미한 시간이 어느새 두 달!
애쓰려다 보니 쫓기는 다급함에 더욱 초초해지고 초초함에 나의 하루는 더더욱 메말라가는 기분이었다.
손을 놓고 멍하니 아니 멍청하니 그냥 하루하루를 보냈다.
의미, 무의미 이런 것조차 염두에 두질 못할 만큼 멍하니 속이 텅 빈 깡통처럼 왔다 갔다 그렇게 매일의 시간을 지나쳐왔다.
그러다 오늘 아침 멍하니 책상에 앉은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내 일상의 재미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랐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꽃이 피는 장면처럼 천천히 아주 긴 시간이지만 아주 짧은 순간 확 피어난 꽃처럼 그런 장면으로 생각이 찾아들었다.
아침해가 떠오르듯 내 일상에 재미가 찾아들었다.
잊어버렸던 그것을 다시 기억해낸 것이다.
일상의 재미
그것은 가슴 떨리는 작은 설렘이 가져다주는 선물인 것이다.
작은 설렘은 바로 기대하는 일상과 언제나 함께 한다.
그리고
그 일상은 내가 상상하고 꿈꾸어야만 내 것인 거다.
지금 나는 즐거운 상상을 시작한다.
자잘한 기대를 꿈꾸기 시작한다.
떨림이 저기에서 내게로 걸어온다.
고맙다!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머물러준 니가 참 고맙다!
드디어 탈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