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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nke Apr 21. 2024

독에 대해 연구하지 않는 독성학(23)

당의 역습

 10월 말 비 내리는 철원의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궂은 날씨로 일찍 찾아오는 어둠을 바라보며 아직 1년이나 남은 군 생활의 답답함을 담배 연기에 실려 보낸다. 내년 이맘때면 말년이니 철원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으리라. 의무대 막사를 향해 달려오는 병사의 의무병을 부르는 외침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도착한 병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병사가 쓰러졌다고 알린다. 짧은 순간, 전출 간 군의관의 후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보급품 수령으로 자리를 비운 의무대 선임하사는 아직 복귀 전인 데다가 말년이 된 의무대 선임들은 훈련에 열외로 훈련장에 오지 않은 최악의 상황임을 인식한다. 외상이 있는지 상태가 어떤지를 묻고 후임병에게 수액과 수액 세트를 챙겨 오도록 지시하고, 구급차 운전병에게 막사 앞으로 구급차를 이동시키라 한 후 병사가 쓰러진 막사로 뛰어갔다. 쓰러진 병사의 몸은 차가웠고 굳어가는 느낌이었다. 모포를 덮고 주무르게 하는 동안 수액 세트를 든 후임병이 도착했다. 랜턴 불빛에 의존해 수액을 꽂고 구급차로 인근 군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사는 군 병원 위병의 경례 구호와 함께 의식이 돌아왔다. 아마도 그전에 의식이 돌아왔을 테지만, 이제 막 일병이라는 그는 일찍 깨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쓰러진 병사는 저혈당 쇼크로 진단받았고, 부대 복귀 후 여러 차례 군 병원으로 검사받으러 다녔다. 군의관은 꼭 나를 지목해 같이 가도록 했다. 나이 먹고 군 생활하는 나에 대해 배려라 했지만, 부대 안이 편할 짬이 된 내게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혈당의 항상성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두 호르몬(인슐린과 글루카곤)에 의해 유지된다. 음식물을 통해 혈당이 증가하면 인슐린이 분비되어 혈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간에 저장한다. 공복으로 인해 혈당이 떨어지면, 글루카곤이 분비되어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전환하여 혈당을 높인다. 이 두 호르몬에 의한 혈당 조절은 유전적 특징을 기반으로 생활 습관, 식습관, 노화 등에 따라 지속해서 변해가며 매우 복잡하지만 정교하게 조절된다. 혈당 조절 췌장 손상으로 인한 호르몬 분비 감소, 혈당에 대한 반응 감수성 이상, 두 호르몬 작용 수용체 이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영향받으며 질병의 원인이 된다. 정상 혈당은 공복 시 70~100mg/dl, 식후 2시간에 90~140mg/dl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포도당을 분해하는 해당과정을 통해 얻어, 생활에 필요한 만큼의 포도당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저혈당 쇼크가 발생한다. 60mg/dl 이하가 되면 체온 유지 등 기초 대사, 심장 박동, 호흡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뇌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치명적으로 실신, 경련 등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병사는 훈련과정에서 과도한 에너지 사용만큼 포도당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추위가 겹치며 저혈당 쇼크가 일어난 것으로 보여 수 차례 군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지는 못했다. 이와 반대로 인슐린의 혈당 강하 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잘 알려진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 당뇨란 소변에서 포도당이 검출되는 상태를 말하지만, 본질적인 원인은 지속적인 혈당 상승이 원인이다. 포도당은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신장의 배설과정에서 재흡수되어 소변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지속적인 혈당의 상승으로 모두 재흡수되지 못하고 배설되어 나타난다. 어떤 원인이든 지속적인 혈당 상승은 세포의 노화를 촉진한다. 당에 의한 노화 촉진을 설명하는 유효한 기전 중 하나는 높은 당농도가 세포의 생존 시간을 짧게 하여 같은 기간 세포 분화가 더 일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세포 포면에 특정 단백질에는 당이 결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붙어 있는 당의 개수가 늘어나며 일정 개수에 이르면 세포의 교체 신호로 작용한다. 혈당이 높으면 혈관 상피세포에 당이 붙는 속도를 증가시켜 세포 교체 주기가 빨라져 혈관 노화가 촉진된다. 이로 인해 혈관 경화로 인한 고혈압, 혈관 약화로 인한 뇌출혈 위험 증가, 망막 혈관 약화로 인한 당뇨병성 망막증이 나타날 수 있다. 높은 혈당은 체액의 혈당도 높여 모든 장기의 노화 또한 촉진된다. 심각한 경우 모세혈관 손상과 피부세포 노화로 인해 상처가 잘 낫지 않고 피부가 괴사 되기도 한다. 혈당 상승은 역설적으로 세포가 굶는 신호로 필요한 세포로 당이 흡수되지 못해 세포가 에너지 부족 상태라는 의미이며, 세포가 당이 부족하다 신호를 보내 혈당 상승을 부추긴다. 혈당이 높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세포는 더 심각한 에너지 부족 상태에 빠졌다는 의미이며, 혈당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어지러움, 무기력 등이 나타나는 것은 혈당이 높을수록 세포가 더 굶고 있기 때문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액 삼투압에 영향을 미쳐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이로 인해 소변량이 증가하며, 소변으로 당 배설이 증가하여 에너지원의 손실과 세포가 굶주린 상태라는 신호는 음식 섭취를 늘린다. 당뇨병의 3대 증상인 다음, 다뇨, 다식인 이유이다. 생체에서 활용하지 않는 물질과 달리 포도당과 같이 생체에 꼭 필요한 물질은 낮을 때도 문제를 일으키지만 높아도 문제를 일으키는 이상성(biphaisc) 용량-반응 관계를 보인다. 독성학 관점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좁은 범위에서는 가능할 수 있지만, 용량 범위를 넓히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최근, 30대 젊은 층의 비만, 성인병 나아가 조기 노화가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나빠진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대부분 식이의 원인이 크다. 이 중에서도 과도하고, 빈도 높은 당 섭취는 대사증후군을 일으키고 당뇨병의 조기 발병, 실질적 노화 촉진의 강력하고 중요한 요인이다. 과도한 당 섭취에 의한 대사이상이나 당뇨병 발현 등은 유전적 요인, 생활 습관, 영양학적 균형 등 식습관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되며, 유전적으로 당뇨병 발병이 취약한 경우, 조기 발병 또는 적절한 식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 인체는 에너지를 포도당으로부터 직접 얻는 해당과정과 acetyl-coA로부터 TCA cycle을 통해 생산된 NADH를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에서 얻는 방식으로 얻는다. 과도하고 잦은 당 섭취와 운량 감소는 후자의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이나 효소를 줄게 궁극적으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개수가 줄어들게 한다. 결과적으로 해당과정에서 얻어진 pyruvate가 acetyl-coA로 전환되면 에너지로 쓰이는 것보다 지방으로 축적되는 경로가 발달해 쉽게 살이 찐다. 요요현상은 이런 대사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다시 살이 찌는 것이다. 정제당과 단당류의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의 균형을 찾아가야 요요현상 없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당 중독이라 칭해질 만큼 높은 당농도에 익숙해진 뇌와 신체 때문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당이 떨어졌다 느낄 때 가벼운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당뿐만 아니라, 지방과 아미노산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대사 경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에탄올만큼은 아니지만, 당도 정신적 의존성과 신체적 의존성을 나타낸다. 도파민을 중심으로 한 보상체계는 지능이 발달하며 단기적인 문제해결에 적합하도록 진화해 왔다. 에너지 부족을 느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손쉬운 당 공급은 보상회로를 자극해 중독상태를 만든다. 당 중독은 신체적 의존성뿐만 아니라 정신적 의존성도 일으킨다.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변화되는 것은 운동하는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다. 과격한 운동 후 찾아오는 근육통은 피로물질인 젖산 축적 때문이다. 젖산의 축적은 해당과정에서 NAD+가 NADH로 전환되는데 이 NADH를 NAD+ 전환하는 속도를 초과하여 NADH/NAD+ 비율이 높여지면 lactate dehydrogenase가 활성화되어 pyruvate를 lactate로 전환하여 NADH를 NAD+로 바꿔 공급하여 해당과정을 지속하게 되고 이때 생긴 lactate가 근육에 축적되어 근육에 통증을 유발한다. 운동으로 증가한 pyruvate 처리, 궁극적으로 NADH를 NAD+로 전환하는 미토콘드리아가 관여하는 전반적인 처리 능력이 떨어져 있을수록 적은 운동으로도 근육통이 생긴다.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가면 처리 능력이 늘어나 같은 운동으로도 이러한 근육통이 줄어든다. 신체의 에너지 균형에는 대사의 여러 구성성분과 이에 관여하는 효소들,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이 중요하다. 운동은 에너지 균형에 관여하는 구성성분과 효소 개수를 늘리며, 미토콘드리아를 증식시킨다. 세포는 1개 이상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으며, 건강한 간세포는 2,000개 정도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기적인 운동은 미토콘드리아 개수를 유지해 에너지 공급을 도와 당의존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을 예방하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정제당 섭취를 줄이고 식단 조절을 지속해 에너지의 섭취와 소비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혈당이 떨어져 기분이 울적하고 기운이 없을 때 당 섭취로 이를 해결하면 당 중독이 강화되어 대사증후군, 비만, 나아가 당뇨 조기 발병의 원인이 된다. 적절한 가벼운 운동으로도 축적된 글리코겐 등 영양물질을 분해해 얻는 습관을 들인다면 당으로 인한 여러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주기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축적된 지방을 소비시켜 대사의 방향이 축적과 사용에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이란, 대사의 관점에서 보면, 일정 시간 이상 혈액 중 혈당을 사용하여 지방을 acetyl-CoA로 전환하는 경로를 활성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체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세포막에 콜레스테롤의 과도한 증가, 불포화 지방산의 증가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기능성 단백질의 활성에 영향을 주어 무기력감, 피로감, 대사증후군, 비만, 당뇨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단순당이나 정제당 섭취를 줄이고 주기적인 유산소 운동은 신체가 에너지를 얻는 방식을 다변화하여 대사증후군이나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최근 탕후루 가게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당의 과도한 소비는 심각한 공중보건의 원인 중 하나이다. 입(정확히는 뇌)은 즐겁지만, 몸은 괴로운 일이다. 스테비오사이드와 같은 감미제를 쓴다는 가게들도 많이 보인다. 감미제의 독성학적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감미제의 사용은 당장은 당 섭취를 줄일 수 있지만, 당에 대한 감수성을 떨어뜨려 결국 당 소비를 촉진하니 마찬가지다. 유년시절의 당섭취를 줄이지 않으면, 성인병 발생시기를 앞당겨 공중보건학적 문제를 일으킨다. 인구의 건강수명을 짧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다. 당섭취가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당뇨병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적 요인을 자극해 발병시기를 앞당기거나 평생 발병하지 않을 당뇨병을 발병하게 할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결핍이 지나칠 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과잉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인체도 마찬가지다. 오랜 결핍의 시대에 적합하도록 적응한 인체는 풍요의 시대에도 여전히 열량을 추구하기 쉽다. 사람 사는 이치나 자연의 이치나 비슷하다. 결핍도 문제지만, 잉여도 문제이며, 때로는 더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간이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만 년에 걸쳐 열량 부족 상태에 적응하기 위해 구해질 때마다 섭취하도록 진화한 것이라 여겨진다. 아직 인류의 신체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열량 과잉의 시대에 건강한 삶은 오랜 진화적 본능을 뿌리치고 영양 균형과 적절한 운동으로 에너지 저장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공급을 줄이고 운동을 통해 TCA cycle 구성성분을 늘리고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세포 내 호흡을 통한 에너지 생성 능력을 키워야 비만과 당 중독을 예방하고, 당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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