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흔한 식물 중독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별은 오랜 시도와 학습의 결과물이다. 식량이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 우리 조상들의 여러 시도는 때로 위험을 동반했지만,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이는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다양한 물질에 노출되기도 함으로써 다른 인종에 비해 낮은 알레르기 발생률에도 일부 이바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습된 채집 본능은 식물의 오인, 자연산이나 날것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어우러져 때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특히나, 최근 십여 년간 진행된 시골의 고령화, 증가한 은퇴자, 귀농, 귀촌 인구의 증가로 식물 중독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은퇴자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고유종뿐만 아니라, 귀화종도 길지 않은 시간에 식탁에 오르곤 한다. 웬만한 새싹은 삶아서 물에 우린 후 먹으면 괜찮다는 인식도 있다. 나물류는 식탁을 풍성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 심각한 중독의 위험이 있다. 봄이 되면 나물 섭취로 인한 중독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때때로 응급실 신세를 지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복통, 구토 정도의 경미한 증상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자리공(Phytolacca americana) 중독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어 중독사 사례가 보이지 않지만, 중독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식물 중 하나이다. 양지리공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마디풀과 다년생 초본으로 1976년 이전에 비의도적으로 유입되었으나, 확산 등급은 가장 높은 5등급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견된다. 한약재로 사용되는 상륙(자리공, Phytolacca acinosa) 보다 독성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 전초, 씨앗에 독이 있어 먹게 되면, 구토, 설사를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급성 신부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독성에 적응한 일부 조류는 이 씨앗에 적응하였으나,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 대부분은 이 식물에 중독 증상을 보인다. 대부분 칡, 도라지, 더덕 등으로 오인해 먹고 중독된다. 자리공이 화려한 색깔과 2m 이상까지도 자라서 눈에 잘 띄기는 하지만 막상 또 채집하려면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열심히 검색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올라온 양자리공 사진을 보고 위치를 찾았다. 양자리공의 열매, 뿌리 잎과 접촉 시 발진과 물집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어, 장갑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뿌리를 채취하였다. 굵은 뿌리는 나이테를 가지고 있으며, 도라지나 더덕, 특히, 칡에서 보이는 종 방향의 섬유질은 관찰되지 않았고, 뿌리 겉면은 더덕이나 도라지에 비해 매끈하다. 표준시료 확보하고 Phytolaccatoxin류로 알려진 양자리공 독성분 중 상용화된 표준품 Esculentosid류 5종류를 구매해 양자리공뿐만 아니라, 혈액, 소변 등 생체시료에서 분석법을 확립하였다. 두 병의 환자에서 혈액, 소변, 위세척액에서 이 물질 중 일부가 검출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후 중독 환자에 대한 분석에서 노출량에 따라 소변에서만 검출되는 경우와 혈액과 소변에서 검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혈액에서 검출되는 경우 증상이 훨씬 심각하였다. 대부분 구토, 설사 등을 보였으며, 신부전으로 투석을 진행한 예도 있었다. 양자리공 뿌리의 맛과 향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생으로 많이 먹기는 힘들다. 심각한 경우의 대부분은 도라지처럼 무치거나 하여 양념으로 양자리공의 맛이 가려지면 많이 먹게 된 경우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대부분 가을에 전초가 잘리거나, 봄에 식물 본체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땅을 파다 나오면 도라지나, 더덕으로 오인하거나, 심지어 인삼으로 오인하여 먹는 예도 있었다. 심지어 칡뿌리로 잘못 알고 먹은 예도 있다. 양자리공의 어린잎은 몇몇 나라에서 식용으로 먹기도 하는데, 비교적 최근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봄에 양자리공 순이 여지없이 잘린 광경은 흔히 볼 수 있다.
독성식물이지만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 것은 흔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아주까리(Ricinus cummunis, 피마자)로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대극과의 열대성 식물로 열대 지방에서는 다년생 식물이지만, 겨울을 나지 못해 단년생이다. 아주까리기름은 주로 머릿기름이나 기계유로 사용되고, 기름이 귀하던 시기에는 식용유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식물은 리신(Ricin)이라는 독성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리신은 단백질합성을 억제하여 소량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구투여 급성독성 반수치사량은 1mg/kg으로 알려졌지만, 주사하거나,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면 소량(경구투여 급성 반수치사량이 0.03 mg/kg)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경구투여 독성이 낮은 이유는 단백질로 위산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이다. 리신은 A chain(267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과 B chain(262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이 다이설파이드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결합이 끊어지는 것만으로도 독성을 잃는다. 백악관에 배달된 공포의 백색 가루로 알려진 것이 리신으로 소량 흡입 만으로도 수 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물질뿐만 아니라, 독성알칼로이드인 리시닌(Ricinine)을 함유하고 있어 구토, 용혈성 위장염, 간, 신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독성식물조차도 어린잎을 데쳐 먹기도 한다. 사람에게서의 중독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남자 친구 사망 1주기에 급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20대 여성의 주머니에서 아주까리 씨앗이 나오고, 컴퓨터에는 아주까리 관련 검색을 한 흔적이 있는 예도 있었다. 의외로 개가 이 중독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주까리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비료(유박비료) 모양이 사료와 비슷해 밭에 뿌려 놓은 것을 개가 먹고 죽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의뢰된다. 아주까리에서 기름을 짤 때 가열하는 방식보다 용제 등을 사용하는 화학적인 방법이 가격이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탓에 리신이 분해되지 않고 활성 형태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리신은 단백질로 확인이 어려워 유박비료에서는 리시닌을 확인한다.
선덩굴바곳 미나라아재비과의 투구꽃속 식물로 아코니틴을 함유하는데 이의 새순을 놋젓가락나물이라 하여 식용하기도 한다. 이 식물의 뿌리는 한약재나 사약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새순이라 하더라도 데치고 물에 우려 꾹 짜낸 다음에 먹지 않고 생으로 먹거나, 투구꽃과 오인하여 먹게 되면 아코니틴 중독을 일으킨다. 최근 들어 봄이면 남쪽부터 아코니틴 중독이 북상하기 시작한다. 식물의 성분은 부위와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어린싹이라 하여 아주 독성알칼로이드가 없는 것이 아니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데친 후 물에 불려 꼭 짜서 적당량 먹어야 하지만, 욕심내어 어린 순이 아닌 많이 자란 잎을 채취하거나 혼입 되면 같은 방식으로도 중독될 수 있다. 또, 선덩굴바곳은 덩굴이고 투구꽃은 덩굴이 아니어서 구별이 쉬운듯하지만, 유연 종으로 비슷하여 오인하여 채취하면 중독될 수 있다. 나물이나 버섯류 중에 데치거나 우려내는 등 적당히 처리하지 않으면 중독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즐겨 먹는 고사리도 티아민(비타민 B1) 분해효소와 ptaquiloside(3급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생으로 먹거나 삶더라도 우려내지 않으면 중독될 수 있다. 효소는 삶는 과정에서 파괴되고, ptaquiloside는 수용성이 큰 물질로 삶아 물을 우려낸 후 꼭 짜고 우려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하면 제거하여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식물이나 버섯류의 중독은 시골이 고령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시력 저하와 판단력이 흐려져 발생하기도 하고, 귀향하거나 귀농하여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으로 식물 자체를 오인하거나 데치고 우려내는 조리 방법을 생략해서 발생하기도 한다. ‘날것으로 먹는 것이 더 건강에 좋다’라는 때로는 맞지만, 때로는 의미 없고 위험한 믿음이 한몫하기도 한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식물의 섭취는 조심하여야 하며, 자신을 너무 과신하지 않아야 식물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