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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한 May 10. 2023

내 인생에 나만 없었다

<런 온>


 


 달리기가 직업인 육상선수 기선겸과, 매일 밤새기가 기본인 프리랜서 번역가 오미주. 선겸의 아버지는 국회의원, 어머니는 국민배우, 누나는 유명한 골프선수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보다 누구누구의 아들, 동생으로 불리는 것이 더 익숙하다. 때문에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선겸은 자신이 번역한 영화를 보러 온 미주를 만나게 되고, 둘은 우연인 듯 운명인 듯 서로 자주 마주치게 되며 가까워진다.  선겸은 선수촌에서 자신의 후배가 폭행당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은퇴할 각오로 가해자들을 때리고, 선겸의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선겸에게 유리컵을 던진다. 아버지에게 실망한 선겸은 집과 선수촌을 나와 갈 곳이 없어 미주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이 영화 또한 로맨스이지만, <스물다섯, 스물 하나>는 어린 청춘의 사랑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런 온>은 이미 꿈을 이루었지만, 현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선겸의 가정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실제로 선겸은 자신을 이용하려는 아버지에게 깊은 상처가 있었다. 달리기는 그가 아버지의 속박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처음으로 자기 의지로 선택한 것이었다. 반면에 미주는 부모님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미주는 매이라는 룸메이트를 만나 서로 진짜 가족같이 편하게 살아간다. 미주는 평생에 누릴 수 없는 가족을 선겸이 가지고 있었지만, 선겸은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은 가까운 사람인 것 같다. 가장 따뜻하고 솔직해야 하는 공간이 선겸에게는 지옥이었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한 결핍을 채워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연히 만나 사랑하게 된 사람이었다. 선겸은 이제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는 미주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이제는 없으면 안 되는 그녀에게 달려가 고백한다. 이 드라마에서 선겸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사람이었다. 기계적인 말투, 방어적인 대화방법. 처음에 미주는 일반적이지 않은 선겸과의 대화 방식이 낯설었다. 

 아래 장면에서는 선겸이 유일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꾹 억누르고 있었던 미주에 대한 감정을 표출하는 선겸의 눈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여웠다.


https://youtu.be/QIz1XW91IBI





"괜찮으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부모님과의 갈등, 선수촌에서의 은퇴 위기를 한 번에 겪으면서 선겸은 혼자 외로이 싸우고 있었다. 어쩌면 괜찮으려고 애써 노력하던 선겸에게 처음으로 위로하는 미주의 이 한마디가 선겸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할 때 신중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정작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피곤하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나의 짜증과 서운함을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도 잘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잃지 않고 한결같이 대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 모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며 내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항상 내 곁에 있어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현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사진출처: jtb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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