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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한 May 10. 2023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스물다섯, 스물 하나>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우리 모두 누구나 무언가에 깊이 빠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게 연예인이든, 독특한 취미이든 무언가에 홀린 듯 빠져 본 그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그 기억이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는 펜싱이라는 운동에 푹 빠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한 고등학생이 등장한다.



 펜싱에 푹 빠져 펜싱부가 있는 학교에 전학 가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나희도와 모든 것을 잃고 혼자의 삶을 살아가는 백이진.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이다. 어지러운 시대에 희도는 학교에 펜싱부가 사라져 절망한다. 희도는 다니고 있는 고등학교에서 의도적으로 퇴학을 당하려는 심보로 미성년자의 신분으로 클럽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이진을 만나게 되다. 이진은 아무런 대책 없이 펜싱에 대한 열정 하나로 무작정 달려드는 희도를 처음엔 한심하고 어리기만 하다고 바라보지만, 자신에게는 없는 무모함과 당당함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이진은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실패로 이진의 아버지는 도망자 신세가 되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아가게 된다.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이 이진에게 찾아와 행패를 부릴 때, 이진은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절망감에 휩싸이게 된다.

  


 “대신 저도 절대 행복하지 않을게요. 아저씨들 고통 늘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 어떤 순간에도 정말, 어떤 순간에도 정말 행복하지 않을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행복만 해도 모자란 22살의 청년이 행복한 것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고,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시대가 원망스러웠다. 이러한 이진을 슬픔에서 꺼낸 사람은 희도였다.


 "둘이 있을 땐, 아무도 몰래 잠깐만 행복하자.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희도와 함께였던 그 여름은 이진에게 숨 쉬는 것도 벅찬 어려운 세상에서 안식처와도 같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이진은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고, 마음껏 행복할 수 있었다.

 

 

 

 늘 밝아 보이던 희도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희도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와 둘이서 살고 있었는데, 엄마는 뉴스의 간판 아나운서였다. 엄마는 바쁜 탓에 어린 희도에게 관심을 쏟을 수 없었고,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냉담하기만 한 엄마에게 희도는 많은 상처를 받고 자란 것이다. 그런데 희도는 어느 날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이진을 만나게 되어, 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위로를 받게 된 것이다.



https://youtu.be/DzUK6Vullag

   

  이진과 희도의 만남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희도를 보고 용기를 얻은 이진은 하루하루 버티며 번듯한 직장까지 얻게 된다. 희도 또한 이진의 전적인 지지와 도움으로 어느새 세계 정상의 펜싱 국가 대표가 된다. 18살, 22살의 나이로 만난 이진과 희도는 어느새 21살, 25살의 나이가 되어 아름답게 사랑한다.


 <스물다섯스물하나>의 매력 포인트는 특유의 푸르고 맑은 분위기의 색감이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장면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또한 다른 사람의 오래전 추억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희도 역을 연기한 김태리 배우의 한 없이 맑고 천진난만한 미소가 보는 내내 힐링이 되는 듯하였다. 이 장면은 이진이 희도에게 자신의 누르고 있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알지 못하는 듯한 희도의 순진무구함이 너무나도 귀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생겨나는 책임감과 걱정들이 나를 더욱 외롭고 힘들게 만들곤 한다. 이 드라마를 만나게 된 시기의 나는 여러 가지 진로의 고민이 있었을 때였다. 희도를 보며 ‘나는 무언가를 저렇게 까지 열심히, 끈질기게 좋아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희도처럼 많이 어렸던 시절에 영화에 사랑에 빠져 나의 진로까지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 꽤나 무모한 결정을 했다. 그때 예체능 과목을 결정하는 나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소리는 하나도 귀에 안 들어왔었다. 이제는 그 걱정들이 나의 현실로 다가왔고 그런 걱정들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포기하려고 하면 내가 영화를 많이 좋아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희도가 펜싱을 좋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이진의 도움도 있었다. 우리는 희도처럼 무언가를 좋아하며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아무런 현실감 없이 뜬구름만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희도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사랑하는 이진의 현실적인 감각으로 희도가 더욱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희도와 이진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이유는 서로의 단점과 빈틈을 서로를 통해 채워가는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혼자서는 불완전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빈틈을 채워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당신이 꿈을 향해 걸어가는 길이 언제나 밝고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어릴 적 무언가에 몰두했던 그 기억과 열정으로, 어쩔 땐 다른 사람들의 사랑으로 이겨내고 언젠가 더욱 찬란하게 이뤄내길 바란다.


(사진출처 : tv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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