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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l 21. 2024

외국인이 물었다. 그 가방 어떻게 샀어요?

리셀가가 10배라고?

남편이랑 긴 산책을 나왔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봤더니 무슨 서커스 공연을 하고 있었다. 뭔가 대단한 묘기를 선보이는 건 아니어도, 아이들은 눈이 똥그래져서 과장된 몸짓과 소리를 내는 배우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은 영 지루한지 계속 땅과 하늘만 번갈아 보길래 곧 공연장을 빠져나와서는 출출해져서 핫도그를 하나 사 먹었다.


미국 핫도그는 짜다. 소시지가 짠데 거기에 피클이며 홀그레인머스타드며 잔뜩 올린 것도 다 짜다. 뭔가를 마시려고 돌아다니다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서, 그냥 조금 더 걸어 트레이더조에서 음료수를 사고 장도 좀 보기로 했다.


트레이더조는 인기가 많다. 직접 각 제품 브랜드들과 직영으로 딜을 해서 '트레이더조'라는 마크를 달아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몹시도 저렴하고  (물론 그 회사들은 상품을 다른 마트에도 취급하지만) 손글씨로 쓴 듯한 가격표나 브로셔 특유의 디자인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도 많다. 오죽하면, 온라인 부동산 서비스 홈페이지 Zillow에 따르면 집 근처에 홀푸즈(Whole Foods) 마켓이나 트레이더조가 있는 경우 집값 상승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정도.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으나, 주변에서 트레이더조는 일 하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베네핏 (미국에서는 의료보험이나 연금등이 포함) 괜찮다고. 정말 맞는 일인지, 내가 가 본 트레이더조 지점들은 보통 직원들이 친절했다. 이런 교대 관련 근무는 직원들이 강도높은 업무나 스트레스에 표정이 굳어있기 마련인데, 여기직원들은 언제나 웃으면서 스몰톡을 건네고 뭘 물어보면 열심히 답해준다.



무튼간, 마트를 들어갔는데 장바구니가 없다는 걸 깨달아서 그 핑계로 장바구니가 걸려있는 곳으로 갔다. 한참 트레이더스 조 장바구니 가방이 매진행진이었던 때가 있었다. 그 유행이 한 박자 지나고 나서 이게 대체 뭐길래 하고 에코백 같이 생긴 걸 하나 샀다. 남편은 그런 걸 뭐하러 사냐고 하더니 막상 들고다니면서 그의 최애 가방으로 선정됐다. 이 동네 사람들의 최애인지, 밖에 걸어다니면 열 명 중 한 명은 이 가방을 들고 다닌다.


좀 더 사고 싶었는데 남편이 하도 뭐라고 해서 말았더니, 어느순간부터 안 나오기 시작했다 ㅠㅠ 여름이라고 커다란 보냉백이 새로 출시되었는데 그건 너무 커서 흥미가 가질 않았다.


그런데 오늘 가 보니, 매대 중 고리 두 개만 비어있고, 거기엔 2 Per person limited 라고 써 있는데, 마침 직원이 와서 상자를 열고 그 고리를 채워넣었다. 가까이서보니까 그 큰 보냉백의 작은 버젼이 출시된 듯 했다.


인당 2개 제한? 현재 이 마크가 붙어있는 건 품절대란이 불었던 냉동김밥 뿐. 핫한 물건임이 분명했다. 나는 직원이 고리에 하나를 걸기 무섭게 집어들었다. 남편은 못말린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어차피 장을 봐서 들고가려면 종이백이 필요하니 수긍했다.


장을 좀 더 보고나니 가방에 안 들어갈 것 같아 다시 가방코너로 갔다. 아까는 분홍색만 있었는데 이번에는 초록색도 있었다. 어쩔까 고민을 하고 있으니 남편이 그럼 둘 다 가져가자 해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막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우리 뒤에서 걷는 한 노년부부의 대화가 들렸다.


"That's the new Trader Joe's bag. "

(저게 그 새로 나온 트레이드조 가방이야.)

"Look, it's a cooler bag, really nice"

(봐바, 보냉백이네. 좋다)


남편과 눈짓을 했다.


"The new bag '그 새로 나온 가방' 이래. 유명한가봐 가게를 나오자 마자 사람들이 가방을 쳐다보네"

남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웃었다.



2블록을 더 걸어 다시 횡단보도에 섰는데, 뒤에서 누가 또 말을 걸었다.


"Is that the new Trader Joe's bag?"

(그거 트레이더스 신제품 가방이에요?)


뒤돌아보니 부부와 초딩이쯤 된 두 아이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왠지 본인들이 더 신이나서 계속 얘기를 했다. 아저씨는 저기 다른 동네에서 사람들이 이 가방을 가지고 길에서 웃돈을 붙여 파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고, 아주머니는 사람들이 이거 못 사서 안달이라고 했다.


나와 남편은 웃으며 안 그래도 마트에서 인당 2개씩 제한해서 팔고 있더라. 몰랐는데 마침 우리 갔을 때 새로 진열을 하고 있어서 집어왔는데 우리가 럭키인가 보다 하고 답했다. 부부는 진짜라고, 이거 인기가 너무 많이서 못 구하는 것 같더라고, 어디 가서 웃돈 주고 팔아도 되겠네 껄껄껄 하더니 쿨하게 떠나갔다.



우리는 얼떨떨해졌다.

"지금 세 블록 걸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가방가지고 두 번이나 말을 했어ㅋㅋㅋㅋ"

"얘들 가방 진짜 인기 많네. 저번에도 그러더니."

"아잇, 더 샀어야 했어. 인당 두 개면 네 개 샀어도 됐잖아! ㅋㅋ 뒀다가 누구 줘도 되는데"

"다음에 또 사 다음에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새삼 네 개를 사올걸 하고 후회를 했다. 한국에 친구들이나 가족들 줘도 되는데.




요렇게 생겼다. 도시락가방 하면 좋을 크기. 처음에는 색이 너무 쨍해서 별로인가 했는데 지퍼를 닫으면 각이 아주 잘 잡혀서 꽤나 귀엽다.



안을 열면 요렇게 생겼고, 어떻게 세탁하면 되는지 나름 설명도 들어있다.




핑크색은 안쪽이 노란색. 은근히 노란색 내부가 마음에 든다 (노란색 좋아함). 크기는 뚱뚱이 캔 8개 정도가 딱 맞게 들어갈 것 같다. 도시락도 딱 맞게 들어갈 것 같고, 어디 놀러갈 때 음료/음식을 챙기거나 아기가 있으면 간식등을 챙기기도 넉넉한 크기. 별거 아닌데 사람들이 미치는 이유는 가성비가 아닌가 싶다. 하나에 3.99불. 가격을 고려하면 질이 꽤나 좋은 편이다.




대체 뭐가 그렇게 난린가 검색을 해보니 진짜였다.

https://people.com/trader-joes-restocks-their-crazy-popular-coolers-4usd-limited-number-8680328


피플 지 기사. 트레이더조의 초절정 인기 4불짜리 보냉백이 재입고 됐지만 아직도 '제한된 수량'이라고 경고중

이라는 타이틀이고, 소제목은 리셀가가 자그마치 10배(!)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고ㅋㅋㅋㅋ. 기사 내용을 보면 이 가방을 쟁취하기 위해서 틱톡이나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이 넘쳐나는 수준인 듯 하다.


구글에 검색을 해 봤더니 진짜였다! 50불에 판매하는 사람들(?!)






아아아  2개 더 사왔어야한다는 격한 아쉬움이 든다. 내가 이걸 되팔 건 아니지만 한국 가족들이나 친구들 주면 좋을 것 같은데 ㅠㅠ 앞으로도 한동안은 여기 가방코너를 열심히 드나들 듯 하다. 또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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