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클럽에 다녀오다!
저번 일요일에는 클럽에 갔었다. 영화‘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최근에 알게 된 게이친구한테 “나 게클한번만 데려가주면 안 돼?”냐며 열심히 꼬신 덕분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나에게는 우정 영화였다. 타칭 대학 때부터 ‘문란한 여성’이라 낙인찍힌 재희와, ‘게이’라는 말 자체만으로 치명적인 낙인이 될 수 있는 흥수의 뗄래야 뗄 수 없는 지독하게 뜨거운 우정 이야기. 재희는 클럽에 다니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표현과 욕망을 드러내는데 충실한 캐릭터로 나온다. 그러나 뜨겁게 욕망을 드러내고 또 충실하게 사랑에 빠지길 원했던 재희를, 특히나 여성의 욕망을 정죄 시 하는 한국사회는 가만두지 못한다. 시험을 치르기 직전 딥페이크 합성물의 피해자가 된 재희.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강력하고 용감하게 ’ 가슴 까기’를 통해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이 아님을 통쾌하게 알렸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용감한 저항은 그녀를 강의실에서 가슴 깐 ‘미친년’, ‘걸레’라는 또 다른 혐오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
게이인 흥수의 삶은 어땠을까?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욕망을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금기시되는 또 다른 사랑의 형태가 있다면 바로 ‘동성 간의 사랑’ 일 것이다. 이태원에서 외국인과 뜨겁게 키스하는 것을 재희에게 들켜버린 흥수는, 처음에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터넷에 ‘자살하는 법’까지 꼼꼼히 검색해 본다. 갓 대학교에 들어간 20살 흥수에게 아웃팅이란 죽음보다 더 두려운 일일 것. 그러나 게이라고 소문이 날 뻔한 흥수에게 재희는 그가 이성애자인 척 연기해 주며, 그 둘의 뜨거운 연대가 시작된다.
영화는 여성과 성소수자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눈길을 끄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라면 너무나 쉽게 성적 대상화가 되고,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법들로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며, 심지어 데이트 폭력의 대상자가 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게이인 흥수는 어떤가. 이미 군 내에서 동성애 처벌법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그의 성적 지향성에 대한 표출은 어릴 적부터 금기시되다 못해 사랑의 ㅅ조차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연대하고 돌보고 보듬을 수 있었기에 20대의 흥수와 재희는 서로가 있어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누구보다도 그들은 서로에게 ‘가족’이었을 것이고, 세상의 풍파를 같이 견디어줄 커다란 우산이자 ‘세상 그 자체’였을 것이다. 게이클럽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나도 서로의 버거운 삶을 같이 견뎌줄 친구 ‘흥수’를 멀리서나마 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각자의 성별과 성적지향과는 상관없이, 재희와 흥수 같은 우정을 꿈꾸고 또 바랄 것이다. 혐오폭력이 난무하는 삶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누군가의 ‘재희’가 되어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그 우정의 크기만큼 우리의 세상이 더 따뜻한 곳으로 변해갈 수 있기를, 믿고 또 바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