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장미가
*이 소설은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픽션입니다.
PM 1:48. 알람이 울린다. 첫 번째는 무시.
PM 1:58.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으으… 일어나야 해…!”
장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억지로 눈을 떴다. 그녀는 365일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경호원이었다. 컨디션 관리가 가장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매일의 수면 시간을 철저히 조율해야 했다. 밤 근무 후 낮에 4시간 이상 자면 밤에 잠들 수 없다는 징크스 때문에, 아무리 피곤해도 낮잠은 4시간 미만으로 줄여야 했다. 몸은 무거웠지만, 오늘은 몇 주 동안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의 수업날이었다.
장미에게 아이의 수업은 숨 쉴 수 있는 시간, 그 자체였다. 딱딱한 제복을 입고 표정도 움직임도 억제된 채 일하던 그녀는 춤을 추는 순간만큼은 밝은 천성과 타고난 순수함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었다. 춤을 추는 동안 그녀의 몸은 생명력으로 가득 차고, “살아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아이와의 만남은 장미에게 그런 생명력을 되찾아준 사건이었다. 그녀를 통해 장미는 자신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수업에서 만나게 될 아이를 위해, 장미는 무언가 특별한 걸 준비하고 싶었다. 유명 강사로서 수많은 관심을 받는 삶을 살아가는 아이는 그 관심이 때로는 행복했지만, 때로는 그녀를 지치게 한다는 걸 장미는 알고 있었다. 팬들과의 소통 속에서 아이는 종종 왜곡된 루머에 대해 해명하곤 했다. 며칠 전에는 두통으로 병원에 다녀온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장미는 그런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물건은 다른 이들에게도 받을 기회가 많아 보였으니, 장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진심을 담은 편지를 쓰기로 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이 아이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장미는 아이가 이 편지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느끼되,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길 바랐다.
문장의 첫 줄은 이렇게 시작됐다.
“겨울바다는 들어가 보면 뼈가 시리도록 차갑지만, 멀리서 보면 눈부시게 아름다워요.”
너무 아름다운 글이다. 자신이 써 놓고도 아. 타고난 시인이 아닐까 감탄했던 장미였다. 아이의 삶 그 자체가 광활하고도 깊은 대자연 '바다' 의 아름다움이라고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빠져 그의 삶 속에 들어가버리면 자신의 감정도 아이의 마음도 서로 편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서 응원하겠다는 마음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난 단지 아이가 만들어 내는 춤과 그녀의 삶 자체를 응원하고 싶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녀와의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응원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그녀는 마침내 마지막 문장을 완성했다.
“당신의 파도를 지켜볼게요."
-장미-
장미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법도 알아야 했다.
오늘은 아이와 그녀의 팀이 함께하는 단체 수업 날이었다. 장미는 몇 달 전 아이의 팀원 오디션에 지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은 정말 잘해야겠다!”라는 다짐으로 자신을 다잡았다. 올 블랙룩으로, 검은색 톤의 옷과 팔토시를 착용하고, 너무 무서워 보이지 않게 강아지상컨셉의 눈꼬리를 살짝 그려 넣으며 메이크업을 마무리했다.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
“오늘은 강인한 여전사로 보여야지.”
수면 부족과 뭉친 어깨 통증을 애써 외면한 채 장미는 차에 올라탔다.
아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먼 여정이었다. 그런데 가는 도중 기름이 떨어져, 급히 주유소에 들러야 했다. 예상 도착 시간은 이미 수업 시작 시각과 맞먹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에 속도라도 더 내고 싶었지만, 그녀는 애써 참으며 수업 장소로 향했다. 장미는 속도위반을 하고싶은 마음을 애써 꾹 누르며 겨우겨우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