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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11시간전

그리움

에세이

그리움




  늦가을이었다. 비 오는 날의 식당은 언제나 특별한 분위기를 풍긴다. 창밖으로는 굵은 빗방울이 쉴 새 없이 떨어지고, 식당 안은 따뜻한 공기와 음식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지인과 함께 동네 생태탕 집에 갔다. 식당 내부는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로, 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여기 생태탕 정말 맛있다던데 기대되네요.”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그래, 이 집은 오랜 전통이 있는 곳이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렸다. 식당 주인은 친절하게도 우리 앞에 뜨거운 차 한 잔을 내어주었다. 찻잔을 손에 쥐고 있자니,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타고 전해져왔다. 마치 오래된 친구의 포옹처럼. 잠시 후, 주문한 생태탕이 나왔다.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그 속에는 신선한 생태와 각종 나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국물의 깊고 진한 향이 코를 자극하며, 입 안 가득 침이 고였다. 조심스럽게 국자를 들어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국물은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며, 혀끝에서부터 따뜻하게 퍼져 나갔다. 생태의 부드러운 살점과 어우러진 국물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정말 최고네요. 이렇게 깊은 맛은 처음이에요.” 그의 눈은 놀라움과 감동으로 반짝였다. “이 집만의 비법이 있대. 생태를 잡자마자 바로 손질해서 사용하고, 국물은 오랜 시간 끓여서 맛을 내지.” 우리는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천천히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비 오는 날의 여유로움과 따뜻한 음식의 조화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빗소리는 여전히 창밖에서 들려왔고, 식당 안의 조용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순간 지난 시절이 스쳐갔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명탯국 만들어 줄게.”

  겨울 아침, 창밖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속에서도 작은 주방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항상 그렇듯이 엄마는 정성스럽게 명태를 손질하기 시작하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명태의 살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리, 냄비에 물이 부어지는 소리는 마치 피아노 음악과도 같았다.

  “어떻게 그렇게 맛있을 수 있지?”

  “맛있게 만드는 건 사랑과 정성이야.”

  “나도 나중에 엄마처럼 만들 수 있을까.”

  “물론이지. 너도 맛있게 만들 수 있어.”

  엄마는 그릇에 담긴 명탯국을 내 앞에 놓았다. 첫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그 맛이 나의 모든 감각을 깨웠다. 따뜻하고 진한 국물의 맛, 그리고 명태의 부드러움이 어우러졌다. 바람은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스며들었다. 주방에는 명탯국의 향기만이 가득했다. 단순한 음식의 맛을 넘어서 따뜻한 추억이었다.


  추운 겨울이 오면,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명탯국을 그리워한다. 그때마다, 가끔 마트에서 손질된 명태를 사서 그 시절 그 맛을 기억하며 만들었다. 무는 껍질을 벗기고 나박썰기, 대파는 어슷썰기하고,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청양고추는 송송 썰어 준비한다. 멸치 다시마 육수 육수가 끓어오르면 무를 넣고 중불에서 10분 정도 끓인다. 무가 어느 정도 익으면 손질한 명태를 넣고 끓인다. 명태가 익으면서 국물에 시원한 맛이 배어나온다.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간을 맞추고 필요에 따라 소금으로 추가 간을 한다. 후추도 약간 뿌려준다. 명태가 충분히 익고 국물이 우러나면 두부, 대파, 청양고추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면 불을 끄고 완성한다. 가족과 함께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비웠다.


  엄마표 명탯국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사랑의 맛이다. 소박한 국 한 그릇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주는 사랑이었다. 그날 밤,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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