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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범준 Jun 27. 2024

백화점은 왜 창문을 뚫기 시작했을까?

더현대서울을 통해 살펴보는 백화점 업계의 시사점

백화점 업계는 변화하고 있다?

별마당도서관이 있는 스타필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백화점은 창문과 시계를 두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외부와 차단된 상황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안에서 계속 쇼핑을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백화점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상한 점을 느꼈을 것이다. 당신은 백화점 안에서 햇빛을 맞아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별마당 도서관 있는 스타필드 쇼핑몰이나,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과 같은 백화점에는 채광이 잘 되는 공간이 있다.


 특히나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은 백화점 업계에 많은 파장을 몰고 온 백화점이다. 최근 백화점업계의 사정은 좋지 않다. 2년 연속 10% 이상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여준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1.7%에 그쳤다. 그런 와중 더현대서울은 역대 최단기 매출 1조 원 돌파라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백화점에게 매출 1조는 '1조 클럽'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 백화점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이다.

 심지어 더현대서울이 있는 여의도는 전통적으로 백화점이 잘 되는 환경이 아니었다. 일자리가 많은 것에 비해 주변에 주거 공간이 별로 없어 유동인구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여의도에 IFC몰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더욱이 어려운 환경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뷔통, 샤넬)'로 대표되는 명품매장도 없었다. 그럼에도 더현대서울은 메이저 백화점의 반열에 올랐다.

 

더현대서울 5층 (출처: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그리고 그런 더현대서울은 전층에 자연채광이 들어오도록 되어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아무래도 백화점업계에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백화점은 왜 변했을까?

 

 업계의 성공 방법, 기업들의 행보에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결국 그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같이 변화할 수 있어야 기업은 살아남는다. 백화점 업계의 환경은 어떻게 변한 것일까? 한 번 살펴보자.


 '환경'이란 말을 구체적으로 쪼개보자. 경영학에는 3C(Company, Competitors, Customers)라는 프레임워크가 있다. 자사와 경쟁사, 고객을 살펴보면 비즈니스 전략을 도출하는 데 있어 웬만한 핵심 요소를 다 살펴볼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환경을 살펴보기로 했으니, 자사를 제외하고 경쟁사와 고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자.


1. 경쟁사의 변화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말 성장세가 꺾인 나이키가 경쟁사로 선포한 곳은 닌텐도였다. 사람들이 게임에 빠지기 시작하면 운동을 하러 밖에 나가지 않고 안에서 닌텐도로 게임만 할 것이기 때문에, 스포츠를 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어 나이키에게 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쟁사는 관점에 따라 설정하기 나름이다. 단순히 같은 업계의 다른 기업일 수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타 업계의 기업일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백화점의 경쟁사는 당연히 다른 백화점이었다.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입점해 물건을 팔 장소를 제공해 주는 유통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 팔 수 있는 곳, 더 많은 고객과 연결될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했고, 이런 환경에서 중요했던 건 입지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위치, 많이 올 수 있는 위치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실제로 전 삼성 회장 이건희도 백화점의 업의 본질을 부동산(위치)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온라인 환경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그에 익숙해지자, 온라인 쇼핑몰이 성행한 것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쇼핑을 위해 굳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기 시작했다. 백화점은 무신사, 에이블리와 같은 쇼핑몰들과 경쟁하기 시작해야 했다.

 

 또한 패션업에 브랜드가 너무 많아졌다. 의류는 제조 자체가 어렵지도 않고, 외주를 통해 생산을 맡기기도 쉬운 구조기 때문에 투자부담이 크지 않고 전문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도 않는다. 또한 한 사람 당 여러 개의 옷을 사고, 주기적인 재구매가 필요하며, 취향에 따라 무슨 옷을 살지도 갈리기 때문에, 수요도 많고 품종도 많아 한 브랜드가 독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런 진입장벽이 낮은 환경에선 자연적으로 공급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인플루언서 한 명도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공급 과잉 시대가 되어버렸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단순히 사람들에게 노출이 많이 되는 것만으로 잘 팔리지 않게 되었다. 브랜드는 이에 단순히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보다, 수많은 브랜드 속에서 사람들에게 기억될 있는 이미지와 스토리를 원했다.

 그에 따라 브랜드들은 유통 단계를 생략하고 직접 브랜드 경험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중간 과정에서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D2C(Direct To Customer) 방식을 선택해 온라인 직영몰로 직접 판매하거나, 플래그십 스토어나 매장 직영점을 통해 직접 제품을 판매하면서 고객 경험을 통제했다.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의도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경험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렇게 백화점은 상생 관계였던 패션 브랜드들과도 경쟁해야만 했다. 브랜드들이 백화점과 같은 유통 채널을 통해 파는 것보다, 자신들이 직접 파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화점들은 자신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야만 했다. 새로운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신들만의 무기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야 했다.


 답은 '공간'이었다. 온라인 쇼핑몰들은 물론이고, 브랜드 직영점들도 감히 넘볼 없는 거대한 공간. 공간은 온라인과 비교했을 때, 오감을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보다 강렬한 경험을 줄 수 있고, 강렬한 경험은 고객들에게 더욱 선명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 이제 위치는 이전만큼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백화점은 자신들의 공간을 어떻게 다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 고객의 변화


 백화점을 향유하는 고객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은 VIP다. 전체 고객 중 소수에 해당하는 VIP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적으로 20~30%라고 한다. 심지어 국내 매출 1위인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VIP 매출 비중이 49.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은 차별화된 혜택을 내세워 VIP 수를 늘리기 위해 힘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간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선정되는 VIP의 특성상, 이미 다른 백화점의 VIP가 된 고객을 빼앗아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백화점에 웬만큼 파격적인 혜택이 있지 않는 이상, 원래 자주 돈을 쓰던 곳에 계속 돈을 쓰는 것이 이득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VIP 선정 기준


 그렇다면 VIP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에 VIP인 사람을 빼앗아오는 것보다, 새롭게 VIP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공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백화점의 주요 고객은 구매력이 높은 4050세대를 비롯한 고연령층이었다. 이들이 기존 VIP를 이루고 있다면, 새롭게 VIP가 될 수 있을만한 고객은 누구일까? 나이가 기준이었으니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뻗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나이대가 다른 사람이거나, 2) 나이가 같다면 기존 고객과 확실히 구별되는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 이를테면 국적이 다른 사람이거나.


 먼저 나이대를 살펴보자. 고연령층이 기존 고객이라면, 저연령층이 VIP가 될 수는 없을까? 저연령층을 살펴보니, 실제로 최근 MZ세대가 주요한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주요 점포에는 2030 고객의 비중이 40% 이상에 달하고, 현대백화점의 일부 점포는 50%를 넘어서기도 한다고 한다.  

 이러한 고객 변화에는 MZ세대 역시 충분한 구매력을 갖추게 됐다는 배경이 있다. 2030세대들도 명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건 다들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명품 구매 건수의 절반 이상이 MZ세대였고, 미국계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는 세계적으로도 MZ세대가 전 세계 명품의 80%를 소비하는 큰 손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했다. MZ세대도 명품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다시 말해서 백화점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구매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주요 백화점들이 2030세대를 잡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VIP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2030세대 VIP를 더 확보하기 위해, 비교적 구매금액이 낮아도 되는 VIP 등급인 '레드' 등급을 신설했다. 현대백화점은 21년부터 2030 전용 VIP 등급인 '클럽YP'를 운영 중이다. 아무리 수억 원의 돈을 썼어도 2030세대가 아니라면 입장할 수 없는 전용 VIP 라운지도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22년부터 2030세대만 이용할 수 있는 멤버십 '와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으로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은 어떨까? 외국인의 구매력이 VIP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있을까? 그런 것으로 보인다. 영화, 드라마, K팝 등 국내 콘텐츠와 함께 한국의 패션과 뷰티 역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 역시 늘면서, 국내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대비 외국인 매출이 205% 늘었으며,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도 각각 137%, 60%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는 한 번에 3억 원 치를 구매하는 외국인 고객도 있었다. 외국인 역시 충분한 구매력을 갖출 수 있는 고객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는 백화점이 환경 변화에 맞춰 '무엇'을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살펴보았다. 백화점은 공간을 활용해, MZ세대와 외국인을 끌어올 수 있어야 했다. 그렇다면 남은 질문은 '어떻게'이다.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MZ세대와 외국인이 백화점을 방문하게 만들 수 있을까?


백화점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먼저 '공간'이라는 무기가 온라인 환경과 비교해 어떤 강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점은 옷을 직접 보고 입어본 후에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고객을 끌어올 수 있었다면, 온라인 쇼핑몰은 흥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모델의 실착샷, 비슷한 체형의 고객 후기를 통해 직접 입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양질의 쇼핑이 가능하다. 이처럼 쇼핑이라는 행위 안에서는 오프라인만의 차별점을 찾기 쉽지 않다. 쇼핑 밖으로도 눈을 넓혀보자.


 쇼핑 외적인 측면에서 온라인이 가질 수 없지만 오프라인 공간이 가질 수 있는 요소는 크게 [1] 사람, [2] 자연, [3] 쇼핑 외 콘텐츠 정도가 있을 것 같다.

 

더현대서울의 층간 구조 (출처: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1] 온라인에는 함께 쇼핑하는 사람도, 쇼핑을 하는 주변 사람도 없다. 반면 오프라인에서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쇼핑을 하는 재미도 즐길 수 있고, 계속해서 지나다니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있어 생동감 있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고 지루함도 덜하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에서는 중앙 공간을 비워놓아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이처럼 사람도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더현대서울의 사운즈 포레스트 (출처: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2] 자연 역시 오프라인만이 가질 수 있는 요소다. 식물이 주는 계절감과 풍경, 화창한 햇빛 혹은 타는 저녁노을이 만들어주는 분위기는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다. 백화점이 햇빛을 들여오기 위해 창문을 뚫은 것도 이러한 공간만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서이다. 자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 변화하고, 변화는 고객들에게 계속해서 백화점에 있을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시간의 흐름을 차단하던 백화점에게 시간의 흐름이 무기가 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대전신세계의 스포츠 공간 (출처: 신세계백화점 홈페이지)

[3] 온라인에서는 쇼핑 외의 콘텐츠를 추가하기가 쉽지 않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은 게임을 하고 싶으면 게임을 켜면 되고, 영화를 보고 싶으면 넷플릭스를 켜면 되기 때문에 쇼핑몰은 오로지 쇼핑 서비스만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간은 온 김에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즐기게 할 수도 있고, 영화관이 있어도 거리가 멀면 백화점의 영화관을 이용하게 할 수 있다. 이에 백화점들은 F&B(식음료), 팝업스토어, 영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추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필자가 대학교를 다닐 때 지어진 대전신세계백화점에는 스포츠몬스터, 방탈출, 인생네컷, 아쿠아리움도 있다.


 이렇게 '공간'을 쇼핑 외에도 이색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하는 것은 새로운 주요 고객이었던 'MZ세대와 외국인'에게도 잘 들어먹힐 것으로 보인다.


이색적인 공간을 찾아가는 MZ세대 (출처: 한국관광 데이터랩)

 먼저 MZ세대는 이색적이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MZ세대는 여행을 할 때 다른 세대에 비해 관광활동반경이 넓고, 관광목적지로 이색거리에 대한 선호가 전체세대의 평균 대비 68%나 높게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봤을 때 MZ세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즐길 거리가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고, 이색적인 특성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브랜드에 대한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를

노는 장소로 인식하고 탐방하는 세대도 Z세대다. Z세대 트렌드 분석 기업 캐릿에 따르면, Z세대 중 97.2%는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국내 팝업스토어를 추천하는 외국인 블로그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 역시 전통적인 유명 관광지보다 성수와 한남같은 트렌디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국내 관광지였던 명동과 홍대, 가로수길 등은 외국인 방문객이 감소하고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는 반면, 전통적인 관광 상권이 아니었던 성동구는 방문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성수동으로 대표되는 성동구는 힙하고 트렌디한 공간이 많으며, 특히 팝업스토어의 성지이다. 성수에 방문해 팝업스토어 투어가 외국인들 사이 관광 콘텐츠로 유행하고 있다고도 한다. 외국인들도 MZ세대처럼 한국 문화가 스며든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간만이 가질 수 있는 요소를 통해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채워줄 수 있다면, MZ세대와 외국인들에게 백화점을 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는 MZ세대와 흥미로운 관광지를 찾는 외국인에게 자신만의 콘텐츠와 이미지를 가진 공간이 매력적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람이 많다고 이익도 많을까?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MZ세대와 외국인을 유인한 더현대서울은 명품 브랜드 없이도 최단기 매출 1조 돌파라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의 매출 비중은 MZ세대가 60%를 차지하며, 지난해 1~11월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1.7%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해서 백화점이 된다고 있을까?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진 백화점을 구경하고 구매는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들인 투자에 비해 과연 이익을 남기고 있는가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은 많은 방문객에 비해 객단가가 낮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업계 평균 객단가인 10만 원에 비해, 더현대서울의 객단가는 2~3만 원에 불과하다. 명품 매장이 없다는 것과, MZ세대의 구매력이 올라왔다고 해도 기존 세대에 비해서는 낮다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사람이 많이 올뿐만 아니라, 앞서 강조한 구매 금액이 높은 VIP까지 유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더현대서울이 이런 한계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크게 브랜드 전략과 브랜드 외 전략으로 나눠서 한 번 살펴보자.


 브랜드 전략은 기존 객단가를 책임지던 명품 브랜드를 다시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방법이 있다. 더현대서울은 실제로 루이비통을 지난해 입점시켰으며, 명품 시계·주얼리 브랜드인 까르티에 매장도 올해 하반기에 입점할 예정이다. 혹은 MZ세대와 외국인들의 취향을 저격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새롭게 찾아내는 방법도 있다. 명품이 아닌데도 월평균 매출 10억 원의 성과를 낸 마뗑킴처럼 말이다.

마뗑킴 브랜드 제품 (출처: 무신사)

 명품 매장 유치는 같은 브랜드를 두고 다른 백화점과 경쟁할 수밖에 없고, 지속적인 구매를 계속 유도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새롭게 유행할 브랜드를 발굴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으로서 백화점이 성장하는 전략이 아무래도 더 지속적인 차별점을 확보할 수 있어 보인다.


  브랜드 외 전략은 크게 1) 사람을 모으는 집객 효과로만 생각했던 요소에서 매출의 기회를 잡아보거나, 2) 집객 효과로 모인 사람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1)에서 가능성 있는 부문이 F&B이다. 식사는 매일 사람들이 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인기 맛집을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것은 집객 효과가 크다. 이렇게 사람을 모으기 위한 요소였던 F&B가 유의미한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새로운 매출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더현대서울이 있는 현대백화점과 디저트 사업을 확장 중인 롯데백화점 모두 전년 대비 20% 정도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구매 단가가 낮은 밥이나 디저트류는 옷에 비해 충분히 방문이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사람이 많이 온다면 충분히 많은 매출을 낼 요소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2)도 살펴보자.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바로 광고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주는 방법도 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팝업스토어'라는 성공 사례를 알고 있다. 단순 광고는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게 흔하지만, 일회성 매장이자 독특한 컨셉을 가진 팝업스토어는 사람들을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남길 수 있다.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면 고객의 자발적인 홍보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이점을 통해 브랜드들이 광고를 위해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싶게 만들면 그로 인한 수익의 기회가 생긴다. 또한 팝업스토어라는 콘텐츠가 다시 사람들을 더현대서울로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더현대서울의 팝업스토어 (출처: 더현대백화점 홈페이지)

 지금까지 더현대서울은 전통적으로 백화점이 잘 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떻게 성공을 해냈고, 또 아직까지 극복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더현대서울은 공간의 재해석이 백화점의 새로운 성공 공식임을 계속해서 증명해 낼 수 있을까? 혹시 더현대서울을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이 공간이 나에게 어떤 기획으로 다가오고 있는지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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