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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담다 May 31. 2024

준비, 시작

공방 계약과 인테리어

부동산에서 다른 사람이 집에 관심을 보이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연락이 왔다. 3번씩이나 찾아가서 봤으니, 답이 올 법도 한데 결론이 나지 않자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려고 했다. 그제야 아버지가 계약하자고 하셨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서 가족끼리 논의가 있었다. 공사비용 등을 뽑아보고, 예상한 금액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확인했다고 한다. 


주택 인테리어를 담당할 동생의 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공방 창업 당시 동생도 일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했다. 공방이 첫 주택 인테리어였다. 동생은 주택 인테리어 경험이 필요했고 공방이 좋은 기회였다. 새시, 현관문, 가구 외에는 가족이 대부분을 인테리어 했다. 전체 총괄은 동생이, 대학교에서 전파공학을 전공한 오빠가 전기를, 아빠와 나는 도배와 장판, 그 외에 화장실, 부엌 타일 작업은 동생이 주도적으로 하고 뒷정리 등은 아빠, 오빠, 내가 했다. 그렇게 4개월간의 인테리어가 시작됐다.      

     

나무로 마감된 주택 내부의 분위기가 좋아서 그대로 살려 최소한만 고치기로 했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가족이 공사를 하니 인건비는 당연히 반의반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맞지 않거나 힘들어서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해보지도 않은 도배를 하고 장판을 깔고 문틀을 다시 칠하기 위해 사포질을 했다. 내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즐겁지 않았다. 업자에게 맡기고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감탄하기보다 매일매일 힘든 몸으로 공사를 하니 ‘차라리 업자에게 맡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한 일이었기에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내색할 수 없었다. 


솔직히 공방을 운영하고 1년간 누군가 “와~ 이쁘다. 너만의 공간이 있어서 좋겠다.”라고 이야기해도 그냥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이뻐요?”하고 되묻는 게 전부였다. 내 것 같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내가 원하는 대로 물건이 자리 잡고 공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문득 ‘좋다’라고 읊조린 적이 있다. 그제야 내 공간이 되었다.


집구석구석 가족의 손이 안 닿은 곳이 없다. 그래서 오빠와 동생은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한다. 일 년에 많게는 3, 4번, 봄, 가을, 날이 선선하고 따뜻할 때가 되면 2층 작은 베란다에 온 가족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한다. 2층 방 한 칸은 바비큐에 필요한 집기를 모아둔 창고다. 조카들은 집안 계단이 신기한지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술래잡기한다. 혼자인 집에 유일하게 가족의 온기가 스밀 때다.


가끔 ‘이거 뭐지, 감사하고 신기한 일이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공방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풀릴 때가 많았다. 인테리어는 동생이, 공방에서 사용할 라벨이나 엠블럼 등은 디자인하는 막내 올케가, 소품이나 의상 패턴 등의 어려움은 친한 언니가, 뭔가 해결해야 할 어려움이 생기면 휴가라도 내서 달려오는 오빠와 부모님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공방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방에는 거실과 방 2개, 주방이 있다. 거실은 전시 공간과 재단에 꼭 필요한 큰 책상이 놓였다. 재단 책상이 놓인 거실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 가끔 책상에 앉아 멍하니 밖을 쳐다볼 때가 있다. 회원들도, 가끔 찾아오는 지인들도 “이 자리에 그냥 멍하니 앉아 있어도 좋겠다.”하는 자리가 됐다. 가장 많이 보는 모습은 공방 앞을 지나는 동네 어르신들(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신다)의 모습이나 아이들 모습이다. 그러다가 주택가에 이런 곳도 있냐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살짝 웃으며 눈인사하거나 눈을 피하기도 한다.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방 2개는 재료방과 미싱방으로 쓰인다. 재료방은 수강생들이 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부자재와 원단 등을 정리해 뒀고, 미싱방에는 본봉(미싱) 4대, 오버록 2대, 다리미 2대가 설치되어 있어 수업이 진행된다.     

주방은 수강생들이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고, 개인적으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꾸몄다. 저녁에 혼자 SNS 작업이나 책을 보게 될 때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이다. 가끔 친한 지인들이 방문하면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수다를 떠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존 주택에서 많이 손보지 않았다. 예산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나에 대한 의구심이 머뭇거리게 했다. 공방을 시작한다는 처음의 흥분과 설렘은 걱정과 두려움으로 변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공방을 시작하면서 혼자 다짐했다.   

   

‘지금의 공방 자리에서 10년은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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