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 마음속 풀리지 않는 숙제-발표불안
나의 길고 긴 발표불안의 역사
나는 오랜 시간 동안 발표불안으로 고통을 받아왔다. 그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수업시간에 일어나 책을 읽을 때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발표를 하거나 앞에 나와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마다 힘들었지만 어찌어찌 넘어갔고, 그렇게 큰 불편을 모르고 살던 중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수업시간에 과제 발표를 해야 할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혼란스럽고 마음이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청심환을 먹거나 약국에서 발표할 때 많이 떨린다고 증상을 얘기해서 알 수 없는 약을 지어먹기도 하면서 그 순간을 모면했던 것 같다.(그 당시는 지금처럼 병원 처방전 없이도 약국에서 약사가 약을 지어 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발표불안이 고통으로 다가온 것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이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함에 있어 더 이상 발표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발표할 기회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에서 두 번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그 간헐적인 발표 상황에서도 발표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큰 예기불안에 휩싸였고 정작 전달해야 할 업무의 내용보다는 하기 싫다는 마음과 이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다는 부정적인 마음에 괴로웠다.
나의 발표의 가장 큰 문제는 목소리의 떨림이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럽고 싫었다. 언젠가 업무 발표를 하며 심하게 목소리를 떨었던 날, 발표가 끝난 후 동료가 내게 "많이 떨렸어?"라고 물었던 기억은 아직도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흑역사로 남아있다.
이러한 역사 깊은 나의 발표불안은 늘 나의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언젠가는 해결하고 말 거라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냥 대충 모면하며 편히 살자... 하는 마음이 늘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발표불안을 완전히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상처를 돌보듯 자주 관리해 주고 더 나아지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발표가 있을 때마다 정신의학과 병원을 찾아 상담도 하고 약도 먹어 보고, 평소 뇌과학과 심리서적도 많이 찾아 읽었지만 간혹 용기가 생기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감정의 업 앤 다운을 거치며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며 평소 생각만 하던 스피치 학원을 찾아 등록하게 되었다.
발표불안 해결에 스피치 학원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는 여러 의견 또한 인터넷에서 접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보자, 이거라도 해보자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올해 초부터 스피치 개인 코칭을 받고, 지난주부터는 토요일 오전에 스피치 단체반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렇게 40대 중반까지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마음속 어두운 내 친구 발표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한 발짝을 또 내디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