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갗을 째는 아픔, 하지만 비싸지 않은 자신감
10대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절대 섣불리 섹시함이나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당시 이효리나 렉시처럼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상이 모든 여학생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스타일을 흉내 낼 주제조차 되지 않았다.
내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차라리 거울 속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쪽을 택했다. 대신 다른 걸 다짐했다. 기세만큼은 절대 약하지 않기를.
다행히도 체중은 일반적인 수준이었다. 몸매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적어도 '뚱뚱하다'는 컴플렉스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진짜로 바꾸고 싶었던 건 딱 하나, 얼굴에서 가장 모난 부분이었다.
어느 날 친구들이 나를 빼놓고 먼저 미팅을 갔다는 걸 알았다. 서운함을 토로하는 대신, 나는 은근한 말투로 물어봤다.
"솔직히 말해줘. 내가 뭐가 제일 안 예쁜 것 같아?"
친구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음... 웃을 때?" 하고 말했다. 역시나였다. 어렸을 때 손가락을 많이 빨아서 앞니가 삐뚤게 자랐고, 그게 늘 가장 큰 컴플렉스였다. 활짝 웃는 게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교정은 고가의 시술이라 10대 용돈으로는 감히 엄두도 못 냈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머리와 눈부터 바꾸기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아주 없던 걸 새로 창조하는 일이다.
어찌 보면 싸움이었다. 그 어려운 불편함을 내 자신에게 급부로 주는 거였다.
어차피 예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아마도 친구의 그 한 마디 때문이었을 것이다. '웃을 때'라는 대답이 내게 준 건 상처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그럼 웃지 않을 때는 괜찮다는 뜻 아닌가?'**라는 희망적인 해석도 가능했다.
그렇다면 다른 부분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내 입보다는 다른 곳에 시선이 머물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못생긴 건 어쩔 수 없지만, 산만하게 못생긴 것과 포인트 있게 못생긴 것은 분명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없던 루틴을, 없던 습관을, 없던 나만의 방식을.
첫 번째 투자는 머리 고데기와 헤어롤이었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는 당시 여학생들의 로망이었고, 고데기는 내게 있어 작은 마법 지팡이 같았다. 몇 번의 손놀림만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으니까. 뻣뻣하던 직모가 부드러운 웨이브로 바뀌는 순간, 거울 속 내 모습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두 번째는 컬러 렌즈였다.
작은 변화였지만,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걸 스스로 체감했다. 평범한 검은 눈동자가 갈색으로, 때로는 회색으로 바뀌면서 얼굴 전체의 인상이 달라졌다. 이 작은 렌즈 하나가 내 자신감의 시작점이 됐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건 단돈 3천 원짜리 아이브로우 펜슬이었다.
화장을 거의 하지 않았던 나에게 아이브로우는 얼굴 인상을 또렷하게 바꿔주는 가성비 최고의 아이템이었다. 흔하디흔한 물틴트조차 바르지 않았지만, 눈썹만큼은 꼭 정리하고 싶었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산만했던 눈썹이 깔끔하게 정돈되면서 얼굴이 한결 선명해졌다.
10대의 나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피부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이었다.
그래서 굳이 색조 화장품 대신, 저렴한 수분크림과 선크림에 소소하게 투자했다. 꾸밈은 최소화하고, 어린 피부 본연의 힘을 최대한 드러내는 전략이었다. 촉촉함을 유지하고 자외선만 차단해도 충분했다.
그렇게 계산해보니, 내 10대 뷰티 예산은 3만 원이면 충분했다.
아이브로우 펜슬: 3,000원
컬러렌즈 & 관리용품: 15,000원
미니 고데기 & 헤어롤: 10,000원
기초케어 제품: 7,000원
총합: 약 28,000원
지금 돌아보면 화려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소박한 3만 원 예산이 나의 첫 뷰티 루틴을 만들었고, 이후 20대·30대·40대에 이르기까지 내 뷰티 투자 습관을 형성하는 출발점이 됐다. 무엇보다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첫 번째 경험이었다.
10대의 뷰티는 완벽함이 아니라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그 자신감은 나 스스로에게 건 싸움이어서 살갗을 째는 아픔이 있었다. 다행히 비싸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