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할 때 기간이 좀 길어지면 이런저런 일일투어를 신청해서 해보는 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혼자 가기는 애매한 장소라거나-
역사나 지식을 누가 떠먹여 줬으면 좋겠다 하는 곳이라거나-
혹은 또 한국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경우에(거의 없는 경우).
지난 유럽 일일투어에서도 인연을 만났었고(지금은 결국 안 보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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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누굴 필요로 하지 않는 I형 인간이라 일행 없이도 혼자 워낙 잘 다니지만 이번에는 안 해본걸 해보고 싶었다.
아침 이른 시간, 시장 둘러보는 묘미부터 있다는 쿠킹클래스. 이번엔 그게 해보고 싶었어.
왜 그랬는고 하면
발리는 딱히 할 게 없다.
아 정정.
딱히 '내가' 하고 싶은 게 없다.
문화예술적으로 볼거리가 많은 나라도 아니고
스포츠, 액티비티, 물놀이 같은 것에 크게 관심도 없다.
그래서 대체 그럼 발리 가서 나 뭘 할까 하고 찾아보던 차에 여기에서는 쿠킹클래스들을 그렇게들 듣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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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사실 딱히 흥미 없다.
근데 웃긴 게 한국에서도 쿠킹클래스에 몇 번 다닌 적이 있고, 원데이 베이킹 클래스들도 종종 들었었다.
근데 흥미는 없어.
이국적인 음식들을 좋아하긴 하는데 막 새로운 것들을 찾아먹거나 해 먹어 볼 만큼 호기심이 많지도 않다.
뭐 여하튼 그러하다.
그러다가 이번엔 시도해보고 싶었다.
근데 왜 쿠킹클래스는 다 2 인부터일까 대체 왜.
보다보다보다가 후기는 별로 없었지만 1인 예약이 가능한 <수박 쿠킹클래스>를 클룩으로 예약했다.
예약 당시 한화로 37,400원이었다.
2인 예약은 더 싸요... 만원 더 쌈 치사해.
만원 더 비싼 결제창이 왠지 혼자 하는 걸 눈치 주는 것 같았다.
흥.
그런다고 신청 안 할 것 같냐구.
나 같은 1인은 꿋꿋이 신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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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40에 숙소 앞으로 차가 왔다.
어라? 익숙한 모양새의 봉고.
우려와 달리 6명 전부 한국인이었다.
다른 팀에는 외국인들도 섞여있던데 우리는 전원 한국인이었다.
두 커플과 여자 두 명.
8시가 조금 넘어 도착한 마켓은 북적거렸다.
발리의 먹거리와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왜 먹지도 못하고 그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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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내려서 논을 봤다.
수박은 쿠킹클래스가 있는 지역이름.
난 또, 왜 이렇게 상큼한 이름인가 했지.
발리에서의 농사는 농사를 지어 그것을 판매하는 개념이 아닌 자급자족의 개념이라고.
여러 가지 향신료 원재료들.
그리고 기억에 한 톨도 남아 있지 않은 설명.
그럴싸해 보이는 '조리 중'
요리라기보다는 간단한 조리에 가까웠다.
근데 인도네시아 반찬들이 대부분 그렇게 만들어지는 느낌?
비어 있던 식기들이
각 테이블에서 요리한 것들로 채워졌다.
총 9가지의 인도네시아 요리.
조금 황당했던 순간은 여러 테이블에서 요리한 것들을 그냥 한 식기에 쏟아 넣더라고.
물론 같은 요리 재료로 눈앞에서 만든 거라 거부감 같은 게 있던 것은 아닌데 뭐랄까 내가 만든 요리는 무슨 맛인지 알 수 없고 그냥 혼합된 것을 먹는 거구나.
그냥 한데 쏟아버리는 것에서 느꼈던 당혹감.
이렇게 쌀밥과 함께 여러 가지 반찬을 가져다 한 접시에 담아 먹는 것을 <나시 참푸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그냥 뷔페.
이렇게 다 함께 둘러앉아 요리한 것들로 식사를 하고 12시에 깔끔하게 일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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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인연스토리.
여자 둘 중 하나는 나였고 한 분은 50대 초반정도 되어 보이시던 여자분.
좀 신기하기는 했다.
내 또래의 여자들이 혼자 여행하는 건 많이 봤는데 사실 그 나이 때의 분이 혼자 여행을?
그러다가 두 커플 사이에 낀 죄(?)로 우리 둘이 함께 팀이 되어 요리를 하게 되었다.
언니(언니라고 해달라고 하심)-
내 이모 상한선은 실제 이모와의 나이차(+20) 언더인데 이모랑 동갑이셨는데
그냥 언니 해드렸지 뭐.
뭐 그게 어렵다고요?
그리고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뭐 하냐 물으시기에 "요가를 하러 가볼까 해요" 하고 대답했다.
같이 가도 되냐고 물으시길래 와이 낫?
저야 사진 찍어줄 사람생기구
수다 떨 사람도 생기고 좋져!
되게 I형 인간인데 또 외모와 대처는 E 저리가라로 보이는 사람이 저라서요.
그렇게 우리는 휴식을 하다가 잠시 뒤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 뒤 헤어졌다.
(2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