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이르게 오는 이 감정에 또 다른 기분을 느끼다
요 며칠, 잠을 푹 잤다. 아니, 잠을 푹 잤다기보다 잠을 자지 못해 쌓이는 피로에 지쳐 쓰러졌다.
그렇게 2-3일간 꾸준히 6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나니 어느 순간엔가 피로감은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밤의 감정이 차지하게 된다.
언제쯤이면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이 감정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밤의 감정이 지배하고 난 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얼굴엔 그늘만이 가득하고 표정에는 오히려 감정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나를 숨기기 시작했고, 그렇게도 싫어했던 밤의 감정이 가끔은 기다려지기 시작한다. 그 어둠이 내 앞으로 다가오는 순간 비로소 마음 놓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르게 오는 밤의 감정은, 모든 이에게 나의 민낯을 보여주게 되고 괜스레 부끄러워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밤의 감정은 나의 심장을 파고들어 싫어했는데, 이젠 밤이라서 유일하게 내 혼란한 이 감정을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사실 밤의 감정이라 싫어했던 내 마음은, 밤이라서가 아니라 열등감에 사로잡힌 내 마음을 애써 죄 없는 어두운 밤에 숨겨 미워할 대상을 찾아 헤맸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