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위한 응원. 배려.
맞벌이 부부.
매일 아침이 전쟁이다.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정신이 없다.
06:30 와이프 알람 소리가 울린다.
알람소리는 늘 기분 나쁘게 요란하다. 거기에 폰 충전기까지 내 쪽에 있어 핸드폰은 늘 나를 거쳐 와이프에게 간다.
으.. 으응
일어날 시간만 되면 와이프는 앓는다.
1분만 더.. 1분만 더..
이렇게 약 3분 정도가 지나서야 와이프가 온전히 기상한다.
기상 후에는 화장실로 향한다.
와이프 배변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는 쪽잠을 조금 더 자본다.
07:00 칫솔을 입에 문 와이프가 나에게 온다.
여전히 나는 비몽 사몽. 와이프가 내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간 밤에 잘 잤는지 매일 부검, 아니 검사를 하는 듯하다.
그렇게 와이프는 본격적으로 씻으러 들어가고, 나는 일사불란하게 드라이기와 고데기를 꺼내 세팅을 해둔다.
와이프는 매일 아침 힘이 넘친다. 드라이기를 땅에 팍팍 내려놓는다. 아랫집에서 올라올까 봐 겁난다.
안경을 벗고, 본격적으로 화장을 시작한 와이프가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한다.
보통 대화의 주제는
“돌려 깎기. 필러 맞고 싶다. 쌍꺼풀이 두꺼워진 것 같다. 나 살 빠진 것 같아?”등.
다시 잠을 청해 본다.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
수수한 직장인 메이크업으로 다시 태어난 와이프가 자본주의의 중심으로 나갈 채비를 마쳤다.
와이프가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 계속 누워있었지만 이제는 일어난다.
내가 아무리 전 날에 술을 먹고 힘들어도, 몸이 안 좋아도,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어도 꼭 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집에 있는 날이라면 배웅은 절대 잊지 않는다. 현관문 앞에서 엘리베이터가 올 때까지. 서로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나누고,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본다.
한 번은 팬티바람으로 구찌 챌린지 춤을 추다가 앞집 아줌마가 나오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던 적도 있다.
아유. 아줌마 식겁하셨겠네.
#불법무기소지자
사실 결혼 전, 부모님이랑 살 때는 배웅이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가족을 위해 일을 하러 가는 것인데 그 길을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부지도 참 쓸쓸했을 듯하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반성을 하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이 보여도 배웅의 힘은 꽤나 큰 것 같다.
살벌한 자본주의 시장으로 나가기 직전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응원받고 나갈 수 있는 것이니까. 나 같은 경우는 배웅해주는 와이프의 잔상이 엘리베이터 안 까지 항상 잔잔하게 남아 있더라.
덕분에 출근할 힘이 난다.
서로 사랑해서 가족이 되었고, 재정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맞벌이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혼부부들.
세상에 내가 '원해서' 출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다들 원해서라기보다는 '필요해서' 출근하는 것일 텐데.
그러니 아무리 아침에 힘들고 졸려도 서로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배웅은 꼭 해주는 것이 어떨까.
오늘도 힘내자고,
잘 버티고 집에 와서 맥주 한 잔 하자고.
옛말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배웅에는 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