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일까?”
대학교 동기들의 토익 평균 성적을 간단히 내봤다. 대부분 900점을 넘는다. 평균은 얼추 930선에서 나왔다. 근데 정말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우리의 수업 대부분은 영어로 이뤄진다. 자료도 발표도 심지어 교수님의 설명도. 토익 900을 넘는 실력이면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수업을 기피한다.
심지어 더 많은 과제를 내주는 한국어 수업으로 도망치기도 한다.
“난 영어를 못해서”
“동형아, 넌 어떻게 영어를 잘해?”
“영어로 글을 못쓰겠어. 내가 장당 5만 원 줄게 번역 좀 해줘.”
학교를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들이다.
영어 실력은 시험 성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동기들의 수능 영어 성적은 전부 1등급이다. 대부분 만점자다. 기껏해야 한 두 개 틀린 게 전부인 아이들이 영어가 어렵다고 원어수업을 기피한다.
원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외고/국제고 출신, 재외국민, 혹은 중고등학교 때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다녀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어 실력이 없어서 수업을 못 듣는 게 아니다. 영어 자신감이 없다. 수업을 들으면 이해를 하지만 대학 수업은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게 중요하고, 말하는 것보다 글로써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내 중학생 시절을 말하자면, 나는 운이 좋게도 영어를 정말 잘하는 원어민을 만났다. 여행을 다니다 돈이 궁하면 세계 각지의 어학원에서 원어민 선생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실력자.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전공하고 영문학으로 학위를 딴 한 노부부였다.
5층의 건물 창에서는 로터리를 빙빙 도는 차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노신사는 차를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동형, What is the car?”
잠시 멈춰서 다들 차를 영어로 설명해 보자.
내가 어떻게 차를 설명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는 배웠다.
만약 처음 영어를 배운 수준이라면 차의 외형을, 초•중학생 정도라면 차의 기능을, 고등학생이라면 외형과 기능을 연계해서, 대학생이라면 그 원리를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처럼 영어 실력의 객관적 평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중간에 문법이 맞는지 맞는 단어인지 고민하지 않았나? 설명이 통했는지 보다 언어가 맞았는지 평가하지 않았나?
영어도 언어에 불과하다. 의사소통을 하는 도구에 불과한 영어를 마치 대단한 것처럼 착각하면 두려워진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문법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유재석의 언어 수준이나 평소 어휘 사용 수준을 보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하지만 말을 잘한다. 왜 그럴까?
유재석의 말하는 습관을 보면 방송에 나오기 전 배경지식을 많이 채우고 연구한다. 그리고 필요한 순간 필요한 말만 한다. 그리고 리액션이 많다. 언어에 대응하는 비언어적 리액션.
이런 조화가 말 잘하는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영어를 대할 때는 굳는다. 몸도 머리도 다 굳어버린다.
이 굳어버린 모든 것들을 풀어내고 그냥 소통에 집중하자. 그다음 말이든 글이든 천천히 발전시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