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만원이면 영어 만점 7.
두 달 동안 일이 많았다. 그래도 이제는 글을 쓸 수 있다.
중학생인 사촌 동생이 이번에 국비로 유럽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겨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한다. (아직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동북아 3국을 갔었다. 역시 시대는 타고나야 한다.) 1차는 서류전형, 2차는 시험, 3차는 면접으로 전부 영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들은 바로는 아마 대학 교환학생용 토플과 유사한 모양이다.
토플 공부를 해보면 알겠지만, 영어를 얼마나 잘하냐 보다는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 토익은 단순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냐를 주요하게 보기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도 집중력이 부족하거나 실수를 하면 점수를 잃을 수 있지만, 토플의 경우는 영어 그 자체가 중요하다.
토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단연 말하기와 쓰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듣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토익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에 옥석을 가려내야 하고, 이를 다시 자신의 글로 재가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잘하는 방법은 앞으로 소개할 Chunking(덩어리 지기)과 Shadowing(따라 쓰기)이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전편에서 소개한 몇 가지 단어로 짧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쓰기와 말하기마저도 어려울 것이다.
아침 6시쯤 강아지가 내 발을 핥으면 일어났다. 그리고서는 간단하게 밥을 먹고 샤워를 했다. 그렇게 30분의 등굣길에 올랐다. 8시쯤 도착한 학교에는 한 명 혹은 두 명의 학생만이 있었다. 아직 학교는 그저 큰 창고인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어제와 닮은 하루, 거의 두 달간 매일 22000개의 단어가 적힌 단어장에서 오늘의 단어 다섯 개를 골랐다. 그날 이후로 어쩌면 다시는 쓰지 않을 단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다섯 개의 단어였다.
친구들은 갑자기 내가 유별나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다시는 모르는 것을 공부하는 걸로 부끄러워하지 않을 거라고. 당연한 것을 하는 것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매일 아침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글을 써 내려갔다. 하루는 노트에, 또 하루는 이면지에 다섯 개의 단어를 가지고 글을 써 내려갔다. 서론 본론 결론 같은 글의 형식이 갖춰지지 않는 날도 많았고, 억지스럽게 글을 만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날, 그 다섯 개의 단어를 가지고 글을 완성했다. 그렇게 주중 아침은 녹화된 장면처럼 흘러갔다.
일주일의 완성은 언제나 주말이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가 이번주의 나를 완성하고, 다음 주의 나를 결정한다. 내 주말 아침은 단순했다. 9시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주말까지 배달을 하던 부모님은 없고 약간 열린 문에서 바람이 들어오며, 강아지가 거실에 대자로 뻗어 날 맞이했다.
대충 고양이 세수를 하고서 곧바로 내 방으로 간다. 주중에 쓴 종이들을 모두 꺼내 책상 왼쪽에 놓고, 이를 다시 정리할 노트를 오른쪽에 두었다. 이 방법은 일종의 지연된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5일 치 글의 단어와 문법, 문맥 등을 교정하다 보면 익숙한 오류들이 발견된다. 내 경우에는 쓸데없이 길어지는 문장과 주어와 서술어의 조화가 주로 문제였다.
처음에는 글이 써져 있던 종이에 직접 교정부호를 사용해 가며 글을 고친다. 다음에는 그 글을 다시 오른쪽 노트에 새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이를 원어민 선생님에게 가져가 수정을 부탁했다. 이 공부법은 매우 단순하지만 효과는 대단하다.
이 이후로 나는 따로 영어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언제든 경시대회에 나가서 입상을 할 수 있었고, 영어가 두려워 입을 다물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내 영어 실력의 대부분은 이 시기 단 두 달 동안 정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다음날 영어 수업이 걱정돼 지문을 통째로 외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가 끝난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동형아! 이제 아이들을 좀 가르쳐볼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으로 나는 선생이라는 직업을 내 꿈에서 완전히 지웠다.
<오늘의 체크리스트>
단어를 많이 아는 것과 내가 자주 쓰는 단어를 잘 아는 것은 다르다. 다섯 개의 단어를 골라 글을 쓰고 교정하면, 내 글쓰기 습관과 함께 내가 편하게 즐겨 쓰는 단어를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쉬운 단어, 더 좋은 단어, 더 효과적인 단어 등을 찾아보자. 단어를 외우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일 정도의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