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호 Oct 21. 2023

우리 아이는 믿음과 칭찬의 씨앗으로 피는 꽃

디지털 아트와 그림책 테라피

  첫 제자들이 스무 살 대학생이 되어 4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찾아온 날이었어요. 

남자아이는 6학년 당시 제일 인기 많은 아이였고 여자 아이는 눈치가 빠르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라 언니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여자 아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서 꺼낸 이야기는 

‘겨우 그것이?’

그런 기분이었어요.     

“선생님, 제가 그날 아침에 일찍 와서 선생님한테 그림을 내밀면서 못 그렸죠? 이렇게 했는데 선생님이 뭐라고 하신 줄 아세요?”

“잘 그린다 그랬겠지. 아마도.....”

“맞아요. 아무렇지 않게 그러시는데, 속으로 진짜 보고 그러시나 뭐꼬? 그랬죠.”

“뭐라카노. 선생님이 농담했겠나?”

갑작스러운 사투리에 다들 웃었지만 그 아이의 말은 그날 자기가 그린 그림 중에서 좋은 부분만 딱 말하며 칭찬해 줘서 그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어서 그림 전공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13살의 아이가 20살이 되어 와서 그날 제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물으면 어떻게 기억하겠어요? 


아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잘했는지 묻는다면 무조건 칭찬해야 하고 격려해야 한다는 것을 신규 교사였던 저는 알고 있었어요. 그냥 잘했다고 하면 아이들은 대부분 믿지 않아서 저는 '한 가지라도 좋은 점을 끄집어 내자.' 그런 규칙을 세우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어요. 그러니 내용은 몰라도 잘한다고 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입니다.


한숙희 작가의 <너는 어떤 씨앗이니?> 그림책은 저의 이런 마음을 잘 나타낸 그림책입니다.



씨앗이 씨앗이 

바람에 흩날리던 씨앗이


거친 들에 뿌리내려

민들레로 피었네.


거친 현실에 시달리는 아이가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민들레 같은 꽃을 피웁니다. 아름답고 기품이 넘치는 장미 같은 꽃은 아니지만 이른 봄 구석구석에 피어있는 민들레를 보면 반갑지요.


미드저니에게 민들레와 소녀를 그려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그려주네요. 그림책을 보다가 AI의 도움을 받아 다른 그림을 만드는 모티브로 삼을 수 있어 좋네요.





 

씨앗이 씨앗이

쪼글쪼글 못생긴 씨앗이


온 마을에 향기 가득 

수수꽃다리로 피었네. 


못생긴 씨앗이지만 나중에 향기가 좋고 이쁜 수수꽃다리로 피어납니다.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아이이지만 나중에 멋진 아이로 자라날 것이라 그림으로 알려 주고 있는 거죠.

 




웅크리고 자신감 없는 아이는 당당한 고개를 들고 자신을 표현하는 모란꽃으로 피어납니다. 꽁꽁 웅크린 모양인 까만 씨앗은 꽃의 여왕인 모란이 되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현재의 아이가 자신감이 없고 소심하다고 나중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래의 모습이 모란으로 변화할지 못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가 지금은 자신감이 없지만 부모의 긍정적인 말과 격려로 멋지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으로써 할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미드저니로 모란꽃과 당당한 소녀의 모습을 유화 풍으로 그려달라고 했더니 명화스타일로 그림이 생성되었어요. 이쁘죠?



'손대면 톡 터질 것 같은......' 이렇게 시작하는 유명한 가요에 나오는 봉숭아는 주변 사람들을 어려워하며 울듯 말 듯 약해 보이는 뜨거운 여름 날씨에 굴하지 않고 생명력을 발산하는 꽃으로 피어납니다. 이 그림을 본 비슷한 성격의 아이에게 많은 힘을 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약하지만 계속 그러지 않아.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어. "

그림책을 읽으며 현재의 나에게 긍정의 확언을 하게 됩니다. 



가슬가슬 가시 돋친 섬꽃마리 씨앗이 연보랏빛의 작고 섬세한 꽃으로 피어납니다. 그림 속의 아이가 띤 미소는 저절로 따라 하게 되지요? 이런 점이 그림책을 보다가 힐링하게 되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연꽃은 느리게 싹을 틔우는 꽃이죠.  대기만성형 아이를 닦달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된다고 알려 주고 있어요.

 

아라홍련이라는 연꽃은 700년 전 고려시대의 씨앗으로 실제로 발아시켜 지금은 경남 함안에 가면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볼 수 있어요. 그래서 느긋이 꿈꾸던 씨앗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거죠. 우리 엄마께서 직접 찍은 아라홍련이 가득 핀 풍경사진입니다. 




이 그림은 제가 그린 '여름의 풍경'이라는 제목의 그림입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디고 다시 피어난 연꽃에게 감동하고 뙤약볕에서 사진을 찍은 엄마의 사진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죠. 

제가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하며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며 그렸어요.



여러 그림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왜냐하면 긴 잠에서 깨어나서 이렇게 멋진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작가님께서 건네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격려의 메시지가 가득한 그림이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틀릴까 봐 발표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

잘하는 것이 없다는 아이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아이

가정환경 때문에 슬픈 아이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어찌할 줄 모르는 아이

친구와 잘 싸우는 아이.......


주변의 수많은 아이들은 

모두 꽃을 품은 씨앗입니다.

작가님은 과감하게 묻습니다.

"너는 어떤 꽃을 피울래?"

읽는 순간 생각을 하며 이 질문에 답하고 싶어 집니다.


우리 아이의 진로교육에 좋은 그림책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어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그림책입니다.


오늘의 나를 어떤 꽃으로 피워보실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