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아는 한 공주시에 사는 청년 중에 유일한 웹개발자다. 혹시나 필자의 좁은 인간관계를 넘어, 또 다른 개발자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스타툰을 그리는 웹개발자라면 99% 공주시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지금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 도시의 꿈은 인구 증가이며 그중에서도 청년이 이주해 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자리가 필수조건인데 기업 유치가 쉽지 않으니, 창업지원을 늘리는 한편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의 청년들이 혹시나 오지 않을까 희망을 품고 공유오피스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렇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해도 청년들은 쉽게 서울을 떠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청년은 왜 공주에 있는 걸까? 지방에서 개발자로 사는 삶에 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눠 보았다.
안녕하세요. 로컬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는 [로컬X청년]입니다. 첫 인터뷰 대상자로 섭외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하시는 일 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저는 공스타라는 회사에 소속되어 웹개발과 디자인을 하고 있고, '개발자 공주쥐'라는 인스타툰을 그리고 있는 이상준이라고 합니다.
공주가 고향이라고 들었어요.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사회에 나온 후로 3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어요. 이직해도 바로 이어서 일을 하거나 시간이 생겨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었죠. 그러다 처음으로 제 사이트에다 ‘저 겨울방학 가질 겁니다.’ 써놓고 제주도로 갔어요. 일 안 한다고 선언해놓고 또 불안해서 자꾸 일을 만들어서 하게 되니까 떠나버렸던 거예요.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호주에서 여행 온 사람인데, 은행원이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가지고 투잡을 뛴다더라고요. 제 후배 중에도 디자이너로 촉망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제주도 파도가 좋아서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닌데 제주에 살고 있어요. 그렇게 살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거기에 결정적으로 올레길에서 만난 노부부가 있었는데 매년 올레길을 하나씩 걸으시면서 완주하는 걸 목표로 하는데 칠순 잔치하고 마지막 올레길을 걸으러 오셨다고 해요.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렸어요. 때마침 친구가 지금 회사 대표랑 아는 사이여서 개발자가 필요하다며 소개를 해준 게 인연이 됐어요.
보통 유턴하는 경우엔 인간관계가 좁고 조금만 움직여도 아는 사람들과 얽히는 걸 불편해하는데 그런 부분도 감안한 건가요?
부모님은 일 때문에 세종으로 이사 가셨어요. 물론 세종으로 가실 때 가족들이랑 회의는 했죠. 어차피 대학 다닐 때부터 고향을 떠나 생활했고, 서울에서 일을 하면서 애초에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였어요, 부모님도 이젠 자기 생활을 하셔야 하니까 따로 사는 게 큰 문제는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에 ‘패배자’로 보일까 봐 걱정되는 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내가 지방에 내려온 게 잘한 선택이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어요. 연봉에서 벌써 문제가 생기니까요.
개발자로서의 연봉 말인가요?
네, 코로나 19 이후로 주목받은 직종이며 당시에 연봉이 다 같이 높아졌죠.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거든요. 그런데 지방으로 내려오면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 아니라서 낮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하긴 했죠.
그럼 서울에서보다 얼마나 떨어졌나요?
이상준 : 25% 이상 떨어졌어요
와! 그건 정말 하락 폭이 정말 큰데요.
대신 그 낮추는 과정에서 협의했어요. 근무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일을 몰입해서 하고, 인센티브 조건을 설정하는 등 그런 대안을 마련했죠.
인스타툰으로 팔로워가 1,400명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인스타툰은 어떻게 그리게 됐나요?
원래 100% 취미였어요. 힘을 빼고 그리는게 가장 중요해요.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까요. 주인공도 사람으로 하려다가 어떤 친구는 오소리를 추천하기도 하고, 안경 쓴 개구리도 있었는데 너무 그리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리기 제일 쉬운 걸로 하려고 쥐로 선택했죠.
여기까지 올라오며 반응을 봤는데 제가 적성을 선택하고,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는지, "뭘 하고싶은지"에 대해 고민하는 그런 글에 가장 반응이 많더라고요. 자신의 고민을 줄이는 <자문자답노트>, 제가 디자이너에서 개발자가 된 <시각디자인과 전공에서 개발자를 선택한 썰> 시리즈가 가장 반응이 좋았어요.
예전부터 ‘생각이 많다,’는 말을 많이 듣고 저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모습을 오히려 좋아해 주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계속해서 쓸 것 같습니다. 아! 원래 취지였던 '힘 빼고 그리기'는 유지할 생각입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인스타툰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공주에서의 일과 생활은 어떤가요?
주말엔 무조건 쉽니다. 주말에 "무조건" 쉰다는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서울에선 잦은 야근과, 주말 없는 투입, 업무 연락에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여기에서는 제가 하는 일이 곧 나중에 올 청년들에게 선례로 남을까봐 조심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말에 쉬어야 후배들도 주말에 쉴 수 있으니까요.
재택근무라는 게 말은 좋지만 스스로 업무시간을 조정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마감만 맞추면 되니까 어쩌면 더 시간 관리가 어려워지곤 하는데 어떤 식으로 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주시겠어요?
혼자 일하더라도 근무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편이에요. 화장실도 안 가고 쭉 앉아서 100%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최대 4시간이더라고요. 그래서 4시간 집중해서 일하고 쉬고 다시 4시간 집중해서 일하는 식으로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리추얼’이라는 책이 있어요. 소설가, 작곡가, 과학자 같은 사람들이 자기 일을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는 책이에요. 어떤 사람은 새벽에만 일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하고 먹는 거까지도 신경 써서 루틴을 만들어요. 그런걸 보면서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 생각을 회사와 충분히 대화를 나눴어요. 다행히 제 업무방식과, 우리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싶은지 이해해주었죠. 다행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공주시에서 상준 씨 같은 청년들이 계속 들어오려면 어떤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일단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일자리가 결정되고 나서야 공주로 내려올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하나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 요소들이 각 바큇살처럼 모여서 나아가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바퀴로 굴러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