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났어. 시골 작은 산부인과에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몸에 다른 아기들처럼 쪼글쪼글 붉은 고구마 같은 얼굴을 하고 길지도 짧지도 않은 엄마의 진통 속에서 그렇게 태어났어. 이 이야기에는 동화에서 들을 법한 신비하고 상서로운 기미 같은 건 한 가지도 없었지. 그해에만 63만 명의 아기가 태어났다니까 그 아기들 중에는 분명히 더 크거나 더 귀엽거나 눈을 크게 뜨고 있거나 머리가 풍성한 아기도 있었을 거야. 63만 명 중에 그래도 하나 다른 점(특별하다고 하긴엔 좀 미심쩍은)이 있다면 3만 원이라는 빚을 지고 태어났다는 것뿐일까. 아이의 부모는 가난했고, 다행히 그 병원은 접수비가 없다고 양수가 터진 상태로 부른 배를 끌어안고 있는 산모를 내쫓지는 않았어. 꼭 갚으러 오겠다며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 부모는 다시 그 병원에 가지 못 했지. 3만 원은 쉽게 모아지지 않았거든. 이게 그 아이가 기억하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유일한 이야기야. 어쩌면 다른 이야기가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에게 '3만 원'은 뇌리에 깊이 새겨져서 다른 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알 수 없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어린 엄마는 평범하지만 3만 원을 세상에 빚진 아이를 안고 집에 돌아왔어. 딸이지만 그래도 첫 손주라고 할아버지는 무려 돌림자를 넣어서 이름을 지어주셨어. 아이가 평생 한 번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도무지 한 번 들어서는 기억에 남지 않는 이름. 그래서 이제부터 그 아이는 본명 대신 '하늘'이라고 부를거야. 하늘인 평생 진짜 '하늘'을 그리워하며 살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