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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스막골 Sep 30. 2023

몽이의 시선 4 - 바다

어서 와.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 이런 날은 바다가 생각나. 넌 가본 적 있어? 난 딱 한 번 가봤어. 그게 언제였더라? 어느 날 갑자기 내 집사가 나를 차에 태우고 한참을 가더라고. 너무 오래 걸려서 나는 그만 잠이 들어버렸어.     


얼마나 갔는지 모르겠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서 깼거든. 짠 내가 훅 풍기니까 차가 서더라.   

   

너 그거 알아? 바다라는 건 물이야. 물이 엄~청 나게 많은 거야. 진~짜 멀리까지 봐도 물 밖에 안 보여. 신기하지? 난 그런 건 처음 봤어. 게다가 땅은 온통 모래투성이더라고. 그래서 좋아서 뛰어다녔냐고? 참. 너 아직도 나를 몰라? 내가 그 모랫바닥에 발을 디디겠어? 나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얼른 올리라고 했지.      


바다라는 것도 실컷 보고 짭짤한 냄새도 실컷 맡고 기러기라고 엄청나게 큰 새도 봤다. 그렇게 한참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하늘이 온통 빨개지는 것도 봤어. 그걸 뭐라고 부르더라. 노을. 노을이다. 맞아. 그거였어. 세상에 그 커다란 파란 물 위에 해가 서서히 빠지더라고. 그걸 봤어야 했는데. 난 한 번 봤는데도 지금도 생각이 나. 집사의 가슴에 안겨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봤지.     


왜 그렇게 봐? 그때까지 안겨 다녔냐고? 당연하지. 그런 낯선 곳에서 나를 놓치기라도 해봐. 우리 집사가 자책하다가 슬퍼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좋겠니? 넌 잘 모르겠지만 내 집사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 그래서 내가 봐준 거야.    

 

안 그래도 그날 밤에 날 붙들고 울었다니까. 이유? 이유는 나도 몰라. 사실은 떠날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긴 했어. 그놈 때문인가? 바다 다녀온 이후로 그놈이 더 이상 안 나타나긴 했는데.      


그놈이 누구냐고? 내가 뭐라고 했지? 놈? 놈! 아냐 아냐 아무도 없어. 놈이라니. 내 집사 주위에 놈은 없었어. 하하.     


너 그만 가줄래? 내가 좀 피곤하네. 하하. 알지? 나 열세 살인 거.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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