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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사 Jun 30. 2023

이제는 작은 상처도 안 참을 거야

감기 기운이 느껴졌다. 목이 따끔하고 콧속이 매웠다. 저녁 식사로 꿔바로우를 먹으면서 입천장이 까졌다. 너무 뜨겁고 바싹했나 보다. 


감기 증상이 심해질까 봐 집에 있던 종합감기약을 먹고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다행히도 감기 기운은 가라앉았다. 다만 입안의 상처는 더 심해져 아침을 먹기가 괴로웠다.   

   

앞으로 사흘 뒤에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람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이렇게 아프면 어쩌나 싶어 약국에 갔다.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입안에 상처가 나서 왔어요.”
“바르는 연고와 가글액이 있는데, 연고만 드릴까요? 가글도 드릴까요?”
“둘 다 주세요.”
“연고 4,000원, 가글 8,000원이에요. 가글은 낱개 포장이라 다음에라도 사용할 수 있어요.”
“네, 감사합니다.”     

 

‘약값도 만만치 않네.. 병원에 갈 걸 그랬나?’ ‘가글 하고 연고 바르면 빨리 낳겠지...' 

’ 세상에 입안에 바르는 연고라니? 신기하다. 이렇게 효과 좋은 연고가 있다니 좋은 세상이야.‘     

예전에 연고의 효과를 봤던 기억이 났다.


점심 먹고, 가글하고 연고를 발랐다. 면봉에 바른 찐득한 연고가 상처를 덮는다. 주의사항에 침을 뱉고 연고를 바르라고 되어있다. 


그래도 바르는 동안 침이 고인다. 연고가 떨어질까 조심스레 침을 뱉는다. 입안의 이물감이 불쾌하지만 아픈 것보다는 참을 수 있다. 


자꾸 침이 고이는 것이 신경이 쓰여 뭔가 집중할 것을 찾다가 영화 <템플그랜딘>을 보았다.      



  드라마 '우영우'의 모티브가 되었던 실제 인물의 감동 실화로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이겨낸 여성 동물학자 템플그랜딘 이야기다. 이런 영화와 드라마로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 나는 그런 사람을 마주치면???‘ 당황하고 피할 것 같다.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배경지식이 없으니까... 조만간 그녀의 저서 「비주얼 싱킹」을 읽어 보자.   

   

저녁이 되어 또 밥을 먹는다. 언제나 배꼽시계가 알려주는 즐거운 시간이건만, 오늘은 겁이 난다.


음식을 최대한 식히고, 김치는 물에 씻어 입에 넣었다. 으으윽.... 쓰리고 너어어무 아프다. 양념이 전혀 없는 밥알도 상처에 닿으면 찌릿하고 진땀이 흐른다.


 ’ 뭐야? 효과가 없잖아... ‘ 


’아니, 잠자는 동안 분명 약효과가 발휘될 거야 ‘라는 믿음으로 두 배 이상의 연고를 바르고 잤다.  


 아침이 되었다. 입안에 바른 연고는 가래가 가득 찬 것 같은 불쾌함 그 자체다. 물로 입을 헹구고 혀로 상처를 건드려 본다. 


오 마이 갓! 별 차이가 없다. 

’ 나이가 들어서 약 효과가 없는 건가? 모임에 참석하려면 병원에 가서 주사라도 맞아야겠어 ‘     


고통의 아침 식사 후 9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혹시 ”그렇게 아프면 아침 한 끼 건너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내 나이 61세인 지금까지 나는 아침을 거른 적이 거의 없다. 밥이 아니라도 무언가를 반드시 먹었다. 

아침 식사가 두뇌 활동을 활성화시킨다는 믿음으로 쭉 그래왔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공복이 되면 체력도 뚝 떨어져 버린다. 탄수화물의 민족답게 흔히 당 떨어지는 현상이 생겼다. 

그러나 아직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절염 등 만성질환 약은 하나도 먹고 있지 않다. 

나름 건강에 자신감 뿜뿜이다.     


 시간이 되어 이비인후과에 갔다.


 
역시 의사는 다르다. 상처를 보자마자 

”뜨거운 거 튀김 같은 거 드셨나요? “ 
”네... “ 
”이거 일주일 이상 가요“
”그렇게 오래 걸려요? “
”입안에 화상이 깊어요. 최대한 식혀서 자극적이지 않게 드셔요. 그렇다고 너무 차갑게는 말고요... “   



주사를 맞고, 가글과 먹는 약을 받아 집으로 왔다. 


서둘러 가글을 했다. 어제 약국에서 산 가글은 복숭아향으로 달콤했는데, 처방받은 초록색 가글은 입안이 찌릿하고 싸했다.


1분 이상 우물우물하고 뱉으니 마취성분이 있는지 입안에 감각이 없다. 

고로 통증도 없다.  너무 좋다.


역시 모든 약은 처방전으로 구입하는 것과 아닌 것의 효과가 확실하게 다르다.      


어느 방송에서 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아픈 것을 너무 참지 마세요.
참는 것이 고통이면 그것은 더 더 더 안 좋은 겁니다."


나는 이 말에 100% 찬성이다. 

약속도 취소했다. 음식의 맛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불편함을 굳이 견디지 말자.


괜히 이틀이나 아프게 지냈어! 다음부터는 약국 대신 병원으로 직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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