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Dolce Vita

순례길 속 단상 1

by crescent

바욘에서 생장으로 가는 트레인에서 처음 만난 알베르토. 까미노는 8번째이며, 동행한 부인은 까미노가 4번째라고 했다. 부인은 영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하고, 알베르토도 원활한 소통은 힘들 정도로 약간의 영어만 구사한다.

에스떼야까지 오는 동안, 이 부부와 아주 자주 마주쳤다. 보르다와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에서는 같은 곳에서 묵기도 했고.

오늘도 목적지 20분을 남겨두고 그늘에 앉아 빨갛게 부어오른 발을 식히고 있는 나를, 알베르토는 지나치지 않고 다가와서, Are you ok? 외엔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아마도 이탈리아어?) 걱정해 주었다.

알베르토는 kfc할아버지만큼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 보다 더 인상이 좋다. 같이 다니는 부인을 항상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모습에서 자상한 남편의 면모가 물씬 풍겼다.

그들은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었을까? 긴 인생을 함께 지나오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공유했을까? 서로 사랑하며 긴 순례길을 함께 걸어가는 모습에서, 언젠가 그들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온다면 지나온 삶에 대해서 la dolce vita라고 말할 수 있어 보였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도망치듯 이곳에 와서 그저 걷기만 하는 나에게는 참으로 요원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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