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도 오랫동안

같이 마트를 가지 않는 이유

by 한량을 꿈꾸며

남편과 마트를 함께 가지 않은 지 꽤 오래되었다.
물건만 생각하고 곧장 직진하는 성격인 남편과는 쇼핑 스타일이 맞지 않기도 했지만,

사실은 20년 전의 그 사건 이후로 남편은 나와 마트에 가는 걸 창피해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시댁에 맡겨두고 주말마다 강원도 홍천을 다녀오곤 했다.

그날도 아이들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일주일치 장을 보는 날이었다.

경기도 외곽의 큰 마트에 들렀는데, 조용한 매장 분위기와 달리 한쪽만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시식 행사인 줄 알고 냉큼 달려갔다.

그 당시 서울 마트는 지금처럼 매장 안에서 현장 결제 후 푸드코트를 이용하는 문화가 많지 않았기에,

나는 전혀 몰랐다.

“자기야~ 저기 시식하나 봐. 잠깐 기다려, 내가 가져다줄게.”
말을 남기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순대 접시가 놓여 있었고 사람들은 맛있게 먹고 있었다.
수북이 쌓인 순대를 보며 ‘역시 이 동네는 시식 스케일이 다르구나’ 생각하며 하나 집어 먹었다.

뒤에서 기다리는 남편이 떠올라 또 하나 집어 들었는데, 그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나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아줌마! 이거 우리가 사서 먹는 건데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당황한 나는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사서 순대 한 개 드릴게요.”


그러자 상대는 단호하게 말했다.
“됐어요. 됐으니까 걸리적거리지 말고 저리로 가세요.”


맞다. ‘걸리적거린다’는 말을 들었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당황스러움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 남편에게 갔다.
“네가 웬일이냐? 이렇게 빨리 오고.”
남편이 의아해하자, 나는 태연한 척 말했다.
“응. 시식이 아니라 사서 먹는 거라서 자기 건 못 가져왔어.”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쩐지 네가 그렇게 빨리 올 애가 아닌데… 창피하니까 빨리 나가자.”

그 후로 오랫동안 내 장보기에는 남편이 동행하지 않았다.

작은 해프닝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웃음과 동시에 얼굴이 붉어지는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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