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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초별하 Jun 25. 2023

위문공연을 마치고

  몇 년 전부터 배워오던 첼로, 음악감상도 좋지만 직접 악기 하나 연주해보는 작은꿈을 꾸었다

같은 취향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으로 봉사 할 수 있었으면 소망하면서. 뜻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신념으로 매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취지에 부합하는 단체를 발견하고 합류했다. 다행히 결성 초창기여서 오디션도 없었다. 평소 무대공포증이 있었는데 하늘이 가상하게 여겨준 것 같다. 매주 토요일 오후, 금쪽같은 황금 주말을 반납하고 단원들은 한마음으로 하모니를 이루며 아마추어 동호회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던 중 가끔 공연요청을 받기도 한다. 평소 연습과 달리 초청이 오면 더욱 집중해야 하기에 실력은 덤으로 쌓아지는 것 같다. 그렇게 시작한 공연, 작년에 00초등학교 와 복지단체에서 연주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같은 복지단체 요청으로 어제 두 번째 공연을 했다. 눈썰미 있는 아이들은 얼른 알아보며 작년엔 긴 머리였는데 올해는 짧다고까지 말해 가슴이 찡했다. 이렇게 영민한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다니. 공연이 시작되자 사전교육을 받았는지 조용히 앉아 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뚫어져라 쳐다본다. 단원들도 준비한 음악으로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며 한마음으로 시간을 채워갔다. 마지막 합창곡은 ‘꽃은 참 예쁘다’를 불렀다. 노래를 하는 동안 나는 그만 가사에 목이 메었다. 그들은 순수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강당을 가득 메우면서 하늘까지 울려 퍼지듯 아이들은 목청껏 불렀다. ‘그래, 노랫말처럼 우리는 모두가 예쁜 꽃이지. 어디든 어느 곳에서 피든 예쁜 꽃으로 곱게 피어나길 기원하면서’ 그들과 헤어졌다. 정문앞에는 붉게 핀 능소화가 가는 손님을 전송해주듯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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