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재봉 생활
직선 박기 정도를 배우고 나서 만든 수제 파자마!
피치면(면을 긁어서 기모처럼 면이 보들보들하게 만든 것)으로 만든 파자마다. 앞쪽에 셔링을 넣어서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보면 역시 기. 승. 전 꽃무늬가 예쁘다.
사실 사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바느질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이다.
첫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입었는데, 삐뚤빼뚤 고르지 못한 구불구불한 박음질선조차도 마치 옷과 찰떡궁합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못생긴 바느질과는 달리 어찌나 편한지, 일단 집에 들어오면 이 파자마를 입고 온갖 집안일을 다했다. 이른바 어르신들의 몸빼바지마냥....
두 번째, 세 번째 만든 것은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으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술일정을 받아놓고, 뭔가 마음을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위해 만들었다. 그리고, 가까이서 왔다 갔다 수고하는 동생것도 하나 더 만들어서 엄마에게 선물했다.
동생에게서 뒤늦게 내가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못생긴 그 파자마를 껴안고 대성통곡 하셨다했다. 그 후로 잘 회복해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네 번째 만든 것은 세벌을 만들어 본 토대로 노하우가 좀 쌓여, 예쁜 무늬의 좋은 원단을 골라 정성껏 잘 만들어서 친한 언니에게 선물했다. 지금도 잘 입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처음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한 열 번쯤 만들어봐야 익숙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 6벌 남았다.
자꾸 만들면 만들수록 더욱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섯 번째 차례는 다시 내 것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집에서 매일 생활복처럼 입다시피 하다 보니 나달 나달 해져가는 나의 첫 작품과 이별할 때가 왔다.
무념무상 바느질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