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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신호를 알아채기 힘들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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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나도 카톡은 귀찮지만 5년 만에 연락하는 사람하고 천연덕스럽게 전화할 만큼 뻔뻔하진 못할 줄 알았지만 난 꽤나 천연덕스러운 면이 있었다. 신나게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곰 오빠가 5년 전 그때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연락할 생각을 아예 못했어...
사실대로 오빠에게 말하고 싶었다. 오빠 그 정도의 일은 아니었어요. 뭔가 생각한 대로 뱉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사람 좋은 척 웃다가 예전 일인데요, 뭘! 하면서 정 미안하면 치킨 쿠폰 보내줘요!라고 은근슬쩍 치킨을 뜯어보았다. 오빠는 그걸로 되겠냐며 도리어 뭘 자꾸 더 주려고 했고 갑자기 부담스러워져서 괜찮으니까 넣어두라면서 내가 되려 말렸다. 오? 내 꾀에 내가 넘어간 건가?
어쨌든 조만간 보기로 하자며 약속을 잡았고, 오빠는 서울로 이사 온 우리 집 쪽으로 밥 사주러 오겠다며 매일매일 맛집 링크를 보냈다. 점점 그 맛집 링크가 귀찮아질 때쯤 코로나가 심해졌고 안타깝게도(진짜 안타까운 게 맞는지) 다음을 기약했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얼마 전 내 생일에 다시 연락이 왔다. 갑자기 고마운 마음에 저번에 못 만난 거 이번 기회에 만나자고 했고 오빠가 덥석 다음 주 언제?를 시전 했다. 그러더니 어차피 연차도 많은데 평일에 서울로 오겠다더니 며칠 뒤에 연차계를 보내줬다. 서울투어를 멋들어지게 시켜줘야 할 거 같은 부담감 아니 책임감이 온몸을 감싸는 순간이었다. 다급히 친구에게 근처 맛집과 볼거리를 물어봤고 친구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주기 시작했다. 그.. 그만...
오후에 만나서 (내가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고 밥을 먹은 후에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자. 동선을 짜고 보니 잘못하다가는 데이트 코스가 될 것 같아 조금 망설여진다. 오빠에게 아니나 다를까 연락이 왔다.
00아 뭐 먹고 싶어?
너의 신호를 알아채기 힘들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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