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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n 26. 2024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ㅣ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外

#오늘의선곡


P. I.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Op.23 °

Violin Concerto Op.35 *


Piano/ Sviatoslav Richter °

Violin/ Christian Ferras *


Herbert von Karajan

Wiener Symphoniker °

Berliner Philharmoniker *


#SviatoslavRichter #ChristianFerras

#HerbertvonKarajan #Tchaikovsky

#WienerSymphoniker #BerlinerPhilharmoniker


전설적인 거장,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는 카라얀과 음원을 녹음하기는 했으나 음악적인 관점에서는 서로가 대립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히테르는 당대 최고의 연주자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와 함께 협연했던 <베토벤 삼중 협주곡>을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격앙된 어조로 비판했던 것은 매우 잘 알려진 일화이다.


"지휘자 카라얀은 이 작품을 명백히 잘못된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저 자신을 높이기 위한 거드름이었다."


그러나 두 거장이 협연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주 중 하나로 남아있고 빈심포니와 함께 했다는 점 또한 매우 특별하다.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비록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사뭇 다르지만 결국 최선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대승적 합의를 이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상대를 격렬하게 부정하지만 이 때문에 이토록 맹렬하고 전투적인 음원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음악이란 건, 참으로 오묘한 영역이다. 바로 이런 점을 리히테르와 카라얀은 교묘한 작용-반작용으로 활용해 논란의 명반을 세상에 남기게 된 것이다.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바이올린은 진정 애절하게 울부짖는다. 그만의 깊은 울림은 가히 독보적이나 정경화의 최전성기 시절 들려주던 강인하고 깊은 보잉과 묘하게 맞닿는다. 그래서 그의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정경화와 샤를르 뒤트와의 연주를 본능적으로 떠오르게 한다.


주제부 독주에선 일반적인 연주에서 결코 경험하기 어려운 한 옥타브 높은 고음을 구사하며 1악장 '카덴차'에서는 이상적인 선율들을 절묘하게 삽입하여 변화를 가했다. 날렵하게 칼날을 휘두르는 '바이올린 제일검'의 놀라운 솜씨는 휘몰아치는 격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게 만든다. 상대의 목숨을 거두는 '전설의 검객', 크리스티안 페라스의 보잉은 도무지 탄복할 수밖에 없는 테크닉과 소릿결로 듣는 이의 가슴속에 뜨거운 전율을 안긴다.


페라스가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보여준 살갗을 도려내는 듯한 짜릿한 칼끝은 베토벤과 브람스에서 보여주던 울림과 비교해도 결이 다르다. 차이콥스키 역시 시벨리우스와 더불어 북유럽과 러시아의 장대하며 차가운 숨결을 고스란히 담아낸 명연이다. 리히테르와 달리 페라스는 카라얀과 강렬한 화학반응을 이룬다. 분명 두 거장은 서로를 운명적인 만남으로 여겼을 것이 틀림없다. 불협화음의 대척점도, 강렬히 용해되는 어울림도 모두 격한 감정 폭풍을 선사한다. 매 순간 장쾌하고 또렷하며 거침없는 페라스만의 보잉은 차이콥스키의 이상향에 근접한 천상의 쾌락을 안긴다. 당신도 그들이 전하는 본능적인 쾌감을 온몸으로 만끽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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