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사바나의 얼룩말과 들소 무리가 강을 건너는 순간은 언제나 악어들이 호시탐탐 그들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누구의 희생이 없이는 그 수많은 무리가 강을 건널 수 없다. 악어에게 비참하게 잡아먹히는 불운한 그 한 마리는 다른 무리들이 강을 건널 소중한 시간을 벌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어 무리에게 사지가 뜯기는 불쌍한 그를 누구 하나 도와주는 동료는 없다. 어린 새끼가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는 어미가 자신의 새끼를 구하려 달려들기도 하지만 보통 그 어미마저 악어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악어에 달려드는 놈도 있지만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 비극을 애써 외면하고 본능적으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대자연의 법칙이니 그들에게 인간의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살육되는 녀석을 보며 드는 안타까운 심정이 일차적인 생각이라면 인간의 잔혹함, 탐욕을 고려할 때 오히려 잔인하게 사냥하는 맹수의 모습이 더 인간적일 것이다. 자신이 사냥감이 된 놈의 표정은 '왜 하필 나인가, 가족이나 동료는 왜 나를 위해 달려오지 않는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라고 절규하며 결국 숨이 멎는다. 인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야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우리의 사회가 어찌 이리도 날것 그대로의 야생성이 되었는가.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인간은 원래 악하기에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인가. 이유가 무엇이든지 우리도 아프리카 사바나의 먹이사슬과 다르지 않은, 사회라는 테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 믿을 건 결국 나 자신 뿐이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