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56년에 걸쳐 남긴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은 시적인 정서, 정제된 음색, 내밀한 표현, 그리고 '테크닉과 해석의 훌륭한 균형'을 이룬 명연이다."
- 음반 재킷에 수록된 리뷰 발췌 -
1950년대 녹음의 투박하고 건조한 소릿결을 감안한다면 빌헬름 켐프의 연주는 가장 독일적인 정통파의 최고봉에 있는 음원이다. 사실 염가로 발매된 이 음원은 사운드의 리마스터링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된 탓에 50년대 초반의 초기 스테레오 녹음이 지닌 단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특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6번>의 '아다지오'와 '론도' 악장에서 이러한 부분이 확연히 보이는데 어떤 면에서는 따스하고 고풍스럽게 들리는 점도 있다. 그러나 빌헬름 켐프 특유의 깊고 묵직한 정서는 결코 반감되지 않는다.
내게 모든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연주의 기준점이 되는 작품은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오르가슴 소나타"라 명명한 곡이기도 하다. 빌헬름 켐프는 아마도 내 기억에 첫 "발트슈타인"이었을 것이다. 아련한 추억과 상념에 젖게 만드는 그의 타건은 요즘 시대 흐름과 완연하게 다른 독보적 해석과 음색을 보여준다. 지극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2악장 '아다지오'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혹적인 연주이다. 이것은 '독일 정통 방식의 기준점'이라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깔끔하고 정갈한 마지막 3악장은 과하지 않은 폭발적인 코다로 장쾌하게 마무리된다.
<피아노 소나타 22번>은 미뉴에트 템포의 어여쁜 1악장, 그리고 빠른 2악장으로 구성된 작은 소나타이지만 다른 소나타들의 아름다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아기자기한 타건과 귀여운 선율이 밸런스를 이루는 작품으로 대가의 손길을 만나 품격 있고 즐거움 가득한 연주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