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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황소 이야기

황소 앞에서 배우는 회복의 미학

by Sarah Kim


불법 조각상이 뉴욕의 상징이되다!
돌진하는 황소


1987년, 뉴욕 증시는 검은 월요일이라 불리는 대폭락을 맞았습니다. 불안과 절망이 월가를 뒤덮던 그때,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 Arturo Di Modica 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자신의 전 재산에 가까운 36만 달러를 들여 청동 황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어느 추운 겨울 새벽, 친구 몇 명과 함께 트럭에 그 황소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 허가도 없이,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 몰래 내려놓았죠. 그 장면은 마치 예술이 세상에 기습을 가한 순간처럼 전설이 되었습니다.


뉴욕 증권거래소(New York Stock Exchange, NYSE)


Charging Bull — 돌진하는 황소의 에너지


다음 날 아침, 뉴요커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누가 이 황소를 세운 거지?” 하지만 곧 사람들은 그 황소를 사랑하게 됩니다.청동 황소의 근육질 몸체는 마치 위기를 정면으로 밀어붙이는 도시의 의지를 닮았거든요.


이 조각은 곧 ‘Charging Bull’, 즉 돌진하는 황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Bull Market’이 상승장을 뜻하듯, 그 뿔이 하늘을 향할수록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느꼈습니다. 월가의 황소는 그렇게 “두려움보다 용기를 택하라”는 도시의 신념이 되었습니다. 불법 조각상이 뉴욕 월가의 상징이 되다니요! 4년전 이 조각가가 별세했다는 소식은 나중에 전해들었습니다.



좌우지간 그날, 나는 7살 조카의 손을 잡고 아침일찍 볼링 그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뉴욕의 친절한 지하철울 타고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 나요. 지친 여력 하나 없이 거대한 황소 앞에 선 아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이거 진짜야? 움직일까?” 그 순진한 질문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우린 행운을 가져 준다는 기분좋은 미신을 믿으며, 함께 황소의 뿔과 몸 여기저기를 만졌습니다. 사람들은 황소를 만지면 행운이 온다고 했죠. 그날, 저는 행운보다 희망을 만졌습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요.


도시의 심장, 회복의 조각


황소는 한때 시 당국에 의해 철거되었다가, 시민들의 목소리 덕분에 지금의 자리 — 볼링 그린 공원 Bowling Green Park 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때부터 이 조각상은 단순한 동상이 아니라 도시의 회복력 그 자체가 되었죠. 뉴욕이 무너질 때마다 사람들은 이 황소 앞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황소에게 배운 것


어느 도시가 그렇듯, 뉴욕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도시입니다. 9·11, 금융위기, 팬데믹… 그 모든 상처 속에서도 사람들은 다시 걷고, 다시 웃습니다. 끈질긴 생명력, 바로 그것이 도시의 예술입니다. 예술은 단지 미술관 안의 그림이 아니라, 이렇게 거리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손과 온기로 살아남는 믿음에도 담겨있어요. “세상이 흔들려도, 우리는 다시 일어선다.” 월가의 황소가 지금도 속삭이는 말입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다시 돌진하는 것. 예술과 삶, 그리고 한 마리의 황소


생각하는 황소,
돌진하는 황소처럼
오늘도 걷는다


첼시 구글 건물과 페리 선착장 근처에 GUESS 매장


뉴욕, 불빛의 심장 타임스퀘어에서


저녁 무렵, 지하철 문이 열리고, 순식간에 빛의 홍수가 쏟아집니다. 타임스퀘어. 세상에서 가장 밝은 밤, 수천 개의 스크린이 내는 불빛이 마치 별들의 함성처럼 번쩍였습니다. 뉴욕의 밤은 잠들지 않는다! 타임스퀘어는 인간이 만든 가장 낭만적인 고집입니다. 하루종일 지친 발걸음으로 또 다시 뚜벅뚜벅. 이곳으로 갑니다.


뉴욕, 타임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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