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빛이 내려오는 사유의 공간
천장에서 빛이 내려오는 사유의 공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
본다는 것은 사유하는 것, 그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언어로 순간을, 또 그 경험을 다시 써 내려가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10월의 마지막 날, 뉴욕 5번가를 걸었다.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을 지나, 센트럴파크의 바람을 맞고, 마침내 구겐하임 미술관에 멈춰 섰다. 할로윈 축제로 거리는 들썩였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햇살은 따스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곡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미국 건축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의 조화, 독창적인 디자인, 그리고 혁신적인 건축 철학으로잘 알려져 있다.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
Solomon R. Guggenheim Museum
순백의 나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디자인한 구겐하임 미술관. 이 독특한 건축물은 단단한 조형물 속에서 유연함을 품고 있었다. 도시는 직선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건물은 전혀 다른 호흡을 가졌다. 하늘로부터 나선형으로 내려오는 그 구조는 미술관이라기보다 그것이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의식 공간 같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오른다. 구겐하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차근차근 걸어서 내려오기를 권한다. 작품을 따라 내려가는 동선은 감정의 층위를 따라 걷는 듯한 흐름이 있었다.
그 중, Hilma af Klint의 작품 앞에 멈춰 섰다.
빛과 영혼을 그린 선구자, 힐마 아프 클린트
1900년대 초, 추상미술을 남성 중심의 진보로 인식하던 시절, Hilma af Klint는 조용히, 그러나 대담하게 영혼의 세계를 시각화한 최초의 작가였다.
그녀는 보이는 세계 너머를 그렸다. 현실을 넘은 구조, 보이지 않는 감정의 에너지, 그리고 색과 형태를 통해 내면을 통과하는 빛.
그날 구겐하임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은 단지 그림이 아니었다. 마치 우리를 위해 준비된 하나의 통로 같았다. 붓질이 아니라 파장 같고, 색채가 아니라 침묵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둥근 채광창에서 부드럽게 떨어지는 빛. 둥근 유리 지붕 너머로 빛이 내려온다. 판테온이 떠오르기도 하는 천장은, 힐마의 곡선이 겹쳐지며, 우리의 시선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싼다. 나는 어느새 시간을 잊고 서 있었다.
내려올수록, 걷는 게 아니라 흘러간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힐마가 열어놓은 영혼의 통로와 라이트가 설계한 공간의 곡선이 묘하게 맞물려 나를 내면으로 이끄는 미끄럼틀이 되어주었다. 구겐하임에서 보낸 우연같은 멋진 하루였다.
빛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하지만 그 빛을 받아들이는 일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된다.
아름다운 예술은 굳이 말로 하지 않고도 마음을 데려다주 멋진 방법이란걸, 그 빛 아래에서 또 한번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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