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브로피 작
동행
함께 걸어가는 길
치마색과 동일색의 우산을 각자 들었다.
남자는 우산도 없이 두 여인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함께 걸어간다.
비는 어떤 여인의 우산이 막아주는 건지
양다리가 아니고 양우산이다.
언젠가부터 사진 찍는 게 싫어졌다.
늘 청춘 같은 마음과 달리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서 적나라하게 보였다.
멀리서 차라리 뒷모습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다.
온몸에 세월의 무게가 잔뜩 내려앉은 모습이다.
그래서 뒷모습만 보였나 보다.
그래도 우산 속 저들만의 공간엔 이야기가 있고
즐거움도 있는듯하다.
나만 늙은 게 아니고 너도 늙었으니 위로가 된다.
쉽지 않은 인생길을 걸어온 각자의 삶들이
우산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꽃으로 피어난다.
한 손엔 지팡이 한 손엔 우산을 들고 가는 날에도
우산 속 이야기는 계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