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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Nov 12. 2024

원두의 탄생기

한알의 원두가 탄생하기까지

더 이상의 인내를 감내하지 못하고 튀어 오른다.

탁 타닥타닥!

누가 일러준 것도 아닌데 일제히 터트리는 소리의 향연은 공교롭게도 200도이다

달궈진 로스터의 터빈 속으로 생두들은 몸을 던지듯 일제히 주르르륵 떨어져 내린다.

떨어져 내린 생두들은 서로 엉키고 설키며 터빈 속을 이리저리 구르며 제 몸에 운명처럼 더운 열기를 받아들인다.

차갑던 몸은 1도씩 1도씩 제 몸을 달궈가고 터빈 속 온도와 제 몸의 온도가 일치할 때가 되면 생두들은 일제히 제 몸의 온도를 올려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낸다


생두에서 원두로 가는 첫걸음!

생두는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원두의 길을 온몸으로 가려한다.

그동안 살아온 세월과 다르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인간이 만들어내듯 생두들도 그러한 포인트를 두려움 없이 만들어낸다.

바로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생두는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다.  


그리고 고온의 도요에서 탄생하는 청자의 빛깔을 닮은 맑은 청록색으로 변해간다. 그리곤 이내 옅은 브라운으로 금세 변하며 아기 원두인척  섣부른 원두행색을 내기 시작한다.

수백 가지의 향내를 발산하며 자신의 근육 속에 다공질을 만들며 조금씩 조금씩 그 속으로 터빈 속 열기를 흡입하기 시작한다.

언제쯤일까 생두가 원두로 탄생하는 그 지점은 꾹꾹 눌러 담은 열기를 이제는 더는 감내하지 못할 즈음 생두는 제 몸을 터트리며 원두로의 긴 여정을 시작한다.


한두 생두가 터지는 가 싶더니 이내 불꽃이 터지듯 일제히 아우성을 내지르며 터져 나온다.

이제 원두는 각자의 향기와 뉘앙스를 가지며 탄생되었다.


어느 바리스타의 손을 거쳐 한잔의 커피로 탄생할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의 입속에서 호사로운 맛과 향의 향연으로 피어오를 것이다.

그렇게 원두의 생은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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