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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스빈 Jul 16. 2024

삶을 다시 바라보며 미술관을 거닐다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그 마음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난 먹먹히 바라만 보았습니다.

미술관을 가기로 마음먹고 처음으로 간곳이 서울시립미술관이였습니다. 사전에 아무 정보도 없이 휴관이 아니라는 정보 하나만을 가지고 무작정 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한번도 눈여겨 보지 않았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는 서울시립미술관!
 


태초에 -구본창 작가


그동안 내 삶에 미술관은 내 인생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였습니다. 그런 나에게 미술관이 다가왔습니다. 임지영 작가의 책을 읽으며 말랑말랑 감수성에 반하고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며 미술이 내 가슴으로 훅 하고 들어왔습니다.  오늘은 섣달 그믐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날을 미술관과 함께 했습니다. 생애 처음 미술관 그림관람을 목적으로 발길을 옮기는 벅찬 날의 시작이였습니다. 
처음으로 간 시립미술관은 석조건물의 웅장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였습니다. 건물 외벽엔 구본창의 항해라는 전시 제목이 커다랗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누군진 모르지만 어떤미술가의 작품이 있겠구나 생각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미술관 문으로 향했습니다. 내가 청춘이었던 시절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셨던 분이였습니다. 작가의 사진들을 보니 그 시대의 초상들이 너무도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작가의 나이대별로 특징이 드러나는 사진과 그림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의 별난 수집품들도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구본창 작가의 인생 항로를 같이한 예술 세계의 궤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사진을 사진으로 끝내지않고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재봉틀을 이용한 바느질로 짜여진 사진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인간의 모든 사고는 머리에서 나오지만 행동으로 옮길수 있는 매개체는 손과 발일 것입니다. 오늘 나는 그 손과 발을 다시금 조명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손과 발로 우리는 숱한 창작물을 만들기도하고 발로 온세상 천지를 누빌수도 있었습니다. 누구는 그손으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내기도 했을것이고 누구는 그 발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직접 느끼기도 했을것이고 어머니의 두 손은 자식을 위한 헌신과 사랑이 가득 묻어나 있을 것입니다.  나도 예전에는 엄마의 두손을 보며 어루만지며 엄마의 사랑을 짐작해 내기도 했었습니다. 구본창의 손과발 작품을 보니 문득 이렇게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숨 - 구본창 작가


발걸음을 옮겨 가다보니 별도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전시실이 있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느낌으로 전시실로 들어가니 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진 한점!  
보자마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습니다.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몇번의 숨을 쉬며 내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일까요? 
숨은 곧 생명입니다.   
들숨과 날숨!
어떤 들숨은 숨가쁜 호흡이었고 어떤 날숨은 절규와 아픔과도 같았습니다.  영원 할것만 같던 숨이 마지막 들숨 한번과 마지막 날숨 한번으로 멎을 때 그 한번의 숨이 얼마나 안타깝고 절망스러웠을까요? 
후회도 행복도 기쁨도 좌절과 허망함도 이제 그 날숨 한번으로 먼지처럼 사라질것입니다.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스러움이 가슴 한켠에 자리한 탓인지 마치 아버지의 마지막 날숨을 보는듯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완연히 인생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 자의 모습으로 어렵게 숨을 쉬는 그 한 장의 사진을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앵글에 담았을까요?  생각만해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셨을 아버지는 작가가 촬영한 저 사진 한장으로 작가의 가슴에 영원히 남았을거 같습니다. 작가 자신도, 이 사진을 바라보는 나도 저런 모습으로 마지막 날숨을 쉬며 세상과 이별할 생각을 하니 사뭇 삶이 비장해짐을 느낍니다.  
숨이 붙어 있는 한 생을 사랑하며 살아가리라! 
한숨 한숨이 고귀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위대한 작업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떤 작가의 작품 한점으로 나는 오늘 생을 다시 되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지처럼 사라질 인생일망정 현재를 행복으로 엮으며 살아가리라 다짐해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작가의 사후에도 이작품은 영원히 남아있을것입니다. 그가 남긴 모든 작품이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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