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훈련사 윤이쌤 Aug 26. 2023

개쪽 상담소(2)

웰시코기란

웰시코기 : 영국 황실에서 귀품 있게 자란 코기는 평균 13kg의 체중을 가진다. 짧은 다리와 긴 허리는 소몰이의 특화된 체형을 가지고 과거에는 소의 다리에 꼬리가 밟히지 않도록 단미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대에는 소를 몰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미반대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모두가 동참하길 바란다)

허딩그룹의 한 종으로 뛰길 좋아하고 짖음이 많고 사람과 소통하길 좋아한다.


너무 힘들었다. 누가 육아보다 존재 기쁨이 더 크다고 했어, 당장 나와봐. 안 기뻤다. 안 행복했다. 매일이 전쟁이었다. 산책을 아무리 나가도 집은 파괴되고 집에 오기 싫다는 고집은 늘어만 갔다.


웰시코기의 본능을 풀어줘야 한다고? 4시간 산책 후 틈만 나면 땀을 흘릴 때까지 터그놀이를 했다. 내게 그것도 부족하다고 말한다면 나는 자격이 없다고 당당히 얘기할 수 있었다. 그 이상은 해낼 수 없었으니까.


아, 생각해 보니 나는 더 해냈다. 하루 4시간 산책도 부족하다는 표현을 하는 보리에게 사회성을 위해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코기모임에 참여했다. 애견 카페에서 모인 코기 5마리는 2시간 동안 광란의 질주를 했다. 또래의 친구들이었기에 에너지가 잘 맞았다. 그중 보리와 엎치락 뒤치락을 정말 많이 하는 아이가 있었다.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 보호자들은 그들을 누구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로 부르기 시작했다.(사실 그럴 리 없는 보호자들의 망상이다)

그렇게 보리는 한참을 친구들과 술래잡기하며 놀고 차에서 기절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바로 잠이 들었다. 게다가 꿈에서도 달리고 있는지 발을 앞뒤로 흔들며 '히우우웅' 코를 골기까지 했다. 남자친구와 나는 입을 틀어막고 행복해했다. 물건을 뜯지도 않고 놀아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잠만 자다니 이것은 기적이었다.(잘못된 선택이었음을 나중에 설명하겠다.)



나는 이상한 개념이 머리에 박혔고 주말마다 넓다는 애견카페(운동장)를 쥐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자기야, 여기 인천인데 넓어서 후기가 엄청 좋아. 이번주에 여기 갈까?"

"그래, 차 빌려둘게."


애견카페(운동장)를 다녀오고 나면 다음 날까지 얌전했다. 그렇지만 그 행복이 길게 가진 못 했다. 수요일쯤 되면 보리는 괴물로 변했고 주말이 지나면 잠시 천사가 되었다.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 기약이 없었다.


그래서 (유튜브를 따라) 예절 교육이란 것을 시도했다.

먼저 터그놀이를 하다 보면 보리는 아르르 소리를 내며 흥분을 하는데 가끔 장난감인지 손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콱 물때가 있었다.


"아악!!!!!!!!!!! 아프잖아!! 엄마 물면 돼, 안돼!"


퍼피를 데려온 누구라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사람을 물면 안 된다고 초장에 잡아야 한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혼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사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이다. 나에게는 후회 Best 5가 있는데 나중에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그중 하나인 혼내기를 심하게 했다는 것이다. 보리가 물려는 행동을 할 때 소리도 지르고 페트병에 쌀을 넣고 바닥을 내려치며 무섭게 하여 보리를 주눅 들게 했다.(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물론 1분 채 되지 않아 다시 밝아졌기 때문에 당시엔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보리는 성격이 좋고 혼나도 금방 잊어버리는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절대 그런 아이는 없다. 트라우마는 제 3자가 생각할 수 없다)


그렇게 예절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잘못된 교육들이 시작되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개쪽 상담소(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