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시코기란
긍정강화(양성강화)란, 행동 직후 강화제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행동의 발생 빈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긍정강화교육의 핵심은 강아지가 스스로 행동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보호자는 강아지가 좋아하는 것(간식, 장난감, 스킨십 등)을 제공하여 강아지가 선택한 올바른 행동을 더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회사를 다니며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다.
강아지 교육에 관련된 서적을 읽고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자격증 수업을 신청하였다. '반려동물관리사'라는 이름을 가진 민간자격시험이었는데 책을 사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들을수록 오래된 강의라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현대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내용도 많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보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무식하고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보리와의 생활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지쳐가고 있던 나는 결혼과 동시에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두고 훈련사를 해보겠다는 나의 허무맹랑한 말에 남자친구는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자기가 뒤에 있을 테니 하고 싶은 일을 펼쳐보라고 나를 믿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겨우 사원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남편 혼자 나와 강아지의 몫까지 버텨내려면 부담감이 엄청났을 텐데 나를 믿어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든든한 남편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아닐까.
늦게 시작한 만큼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단순히 이론만을 이야기하는 강의가 아닌 실질적으로 보리와 당장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원했고 실습이 포함된 '클리커전문가' 자격증반에 등록했다.
8주간 주말마다 보리와 함께 용인에 위치한 교육 장소에 다녀왔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초보운전주제에 매주 차를 타고 왕복 4시간을 달리며 교육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
교육 과정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클리커 전문가'가 되었다. 그런데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집에서 나타나는 보리의 문제 행동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다. 이름에 걸맞게 자격증 수업은 트레이닝 기법에 대한 수업이었고 그 방법을 알맞게 적용하여 교육을 해나가는 것은 트레이너의 숙제였다.
나는 전문가 과정을 배움과 동시에 웰시코기 카페에서 유기견 친구들을 돕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곳에서 코기를 키우는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구나를 느끼며 위안을 얻기도 했었다. 그래서 자주 방문하게 됐고 메인에 있는 보리를 닮은 친구들에게 자연히 눈길이 가게 되었다. 세상에 많은 유기견들이 있지만 나의 아이를 닮은 친구들이라도 도와보자는 심정으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나는 훈련사가 될 것이며, 반려견 교육 과정을 듣고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유기견 친구들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당당하게 얘기했지만 까였다.
이미 그곳에는 훈련사가 있었다. 훈련사가 많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교육관이 섞일 수 있으니 지금처럼 혼자 교육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교육관에 있어서 철저하신 분이라고 생각했다. 교육이 아니라도 손은 필요했고 임보/입양팀으로 배정되어 아이들의 입양관리를 도왔다.
몇 달이 지나고 갑작스럽게 초대된 '교육봉사팀'!
전에 혼자 하겠다던 그 훈련사가 교육봉사팀을 만들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너무 기뻤다. 직접 3명을 선택하셨다는데 그때 스쳐가듯 이야기했지만 나를 기억해 줬다는 것이 아닌가.
"반갑습니다. 팀장 미애입니다."
"반가워요~~ 저는 보리를 키우고 있는 윤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함께 공부하면서 유기견 친구들 교육도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혼내지 않고 긍정강화교육만을 사용합니다."
"선생님, 그럼 보리가 집에서 짖음이 많은데 혹시 짖을 때 하우스로 가게 하는 방법은 괜찮은가요?"
"하우스가 체벌의 공간이 되기 때문에 좋지는 않죠. 그럼 우리 다 같이 보리를 변화시킬 방법을 생각해 보면서 공부해 볼까요"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너무 좋죠."
가장 먼저 보리와 함께 해보면 좋은 교육으로 매트교육을 숙제로 받았다. 보리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보리를 많이 혼냈던 시간들을 이야기했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대화를 할수록 내가 생각해 왔던 모든 이론과 관념들이 무너짐을 느꼈다.
선생님은 나의 사소한 질문에도 정성스럽게 답을 해주셨고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때때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는 훈련사를 하겠다며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리에게 바라기만 하고 있었다. 얼마나 강압적인 태도였는지 나는 보리의 생각을 물어본 적이 없었고 보리가 표현하고 있는 것을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나로 인해 보리가 힘들었겠다는 생각과 후회가 밀려와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괜찮아요, 앞으로 보리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하며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면 돼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많이 배울게요."
이제부터 보리엄마가 아닌 윤이쌤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보리에게 옷을 입히고 괴롭혔던 나의 만행들은 천천히 교육 과정 속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