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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련사 윤이쌤 Sep 27. 2023

좋은 훈련사가 되기 위한 여정(1)

배움의 자세

"학습이란 배울 학(學)과 익힐 습(習)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말이다. 많은 지식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 절대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는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고민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교육봉사팀이 주로 하는 일은 단체에서 담당하고 있는 유기견 임시보호자, 입양자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고 새롭게 구조되는 친구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방문/비대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다들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시간 맞으면 같이 유기견 친구들 방문교육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저는 언제든지 다 괜찮아요. 갈래요! 갈래요!"


첫 방문교육의 현장을 가는 날이 왔다. 미애쌤(유기견 교육봉사팀 팀장)은 사전에 유기견 친구에 대한 정보와 주의할 점을 알려주셨다. [한비]라는 친구는 공격성을 가진 유기견이었으며, 임시보호처에서 지내고 있었다.


"한비가 물 수도 있으니까 손 뻗지 마시고 앉지 마세요. 조심해서 행동하셔야 해요."

"네."

'정말 물까? 너무 귀엽고 순하게 생겼는데 공격성이 있다니 믿기지가 않네.'


귀여운 모습에 공격성을 얕보았던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비는 보호자가 밥그릇을 가지고 오자마자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내 보호자를 향해 공격했고 생생한 현장에 솔직히 엄청 쫄았다.


개가 공격하는 모습을 실제로 처음 봤고 소리와 몸짓에 엄청 무서웠다. 그런데 보호자가 열심히 하는 모습에 옆에서 혹시나 방해가 되진 않을까, 놀라도 놀라지 않은 척 담담하게 교육을 지켜보았다.


후일담이지만 미애쌤은 그런 나의 모습에 정말 의외였다고 했다. 보통 초보 훈련사들은 갑작스러운 강아지 공격에 놀라서 소리를 지르거나 티가 많이 난다고 했다. 당시 나는 놀라울 정도로 의연하게 반응했는데 한비의 공격보다 미애쌤의 행동과 말, 교육과정에 집중하고 있었으므로 놀랄 시간이 없었다.

이럴 때 전문 훈련사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떤 말로 보호자에게 이야기할까, 어떤 교육방법을 사용할까 등 머릿속에 교육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찼었다.


밥그릇을 잡기만 해도 아르르릉 거리며 보호자에게 달려들던 한비에게 처음 제시한 것은 보호자가 아르릉 안 하는 타이밍에 클리커('딸깍'소리가 나는 교육용 도구)를 누르고 밥그릇에 내려놨던 간식을 주는 방법이었다.


교육 초반에는 한비가 공격하는 시간이 길었지만 점차 짧아지며 보호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한비는 하네스와 리드줄을 착용하고 보호자가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안전한 상황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교육은 나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보호자는 공격성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환경에서 지낸 한비를 무섭지만 애틋하게 여겼고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을 하셨다. 무섭고 지치면 한비를 포기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동물을 생각하는 보호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묘한 감정이 들었다.


'반려견 교육'이란 것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선생님과 나누고 싶었으나 미애쌤은 잔상을 남기고 빠르게 사라지셨다.


"고생하셨어요~ 다음에 봬요~~"

"....??? 네... 네...!"

 

그렇지만 열정이 가득한 나란 여자, 바로 개인톡을 남겼다.


[선생님~ 혹시 오늘 영상 저도 보내주실 수 있나요?! 복습 좀 하려구요ㅎㅎㅎ 그리구 오늘 끝나고 대화할 수 있을까 했는데 호로록 가셔가지구ㅠㅠ 질문 몇 가지 끄적였는데 얘기해 주실 수 있나요~]

[아ㅋㅋㅋㅋ 네네 말씀해 주세요!] - 실제 카톡 내용


우리는 가끔 이때를 회상한다. 끝나고 먼저 갔다고 서운해하며 당차게 질문을 하겠다는 나의 모습을 미애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며 지금까지 물음표 살인마인 나를 좋아하신다.


한비를 향한 질문....!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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