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중지추 Dec 11. 2023

피해의식(6)

블루 타임, 레드 타임, 골든 타임 그리고 블랙 타임

하루가 24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하루를 세가지 색깔로 구분해봤다. 레드타임, 블루타임, 골든타임으로 말이다. 

레드타임은 생존을 위한 시간이다.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통은 출근 시간 부터 퇴근 시간 까지의 시간이 될 것이다.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생산적이고 성과를 내야 하는 시간이다. 레드 타임이 없으면 인간으로서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자신의 삶과 생존을 위해 기초가 되는 시간이다. 일을 통해서 경제적 문제만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함으로써 동료를 만들어서 인간관계를 확장하기도 한다. 일을 통해서 자기 만족감을 높이기도 하고, 성취감도 느낀다. 일을 통해서 자신의 쓸모에 대해 높은 효용감을 가지기도 한다. 무슨 일을 하든 레드타임은 고귀한 시간이다. 직업의 귀천을 따질일이 아니다. 

블루타임이 있다. 이 시간은 나를 재창조하는 시간이다. 자기 계발의 시간이다. 레드타임이 나를 소진하는 시간이라면, 나를 다시 채워넣는 시간이다. 책을 읽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음악을 듣는 시간이다. 숨을 쉬는 시간이다. 

레드타임이 야생에서 보는 시간이라면 블루타임은 자신의 안전 지대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안전 지대에서 안전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다. 레드타임이 '의무'를 행하는 시간이라면 블루타임은 '원하는 것'을 행하는 시간이다. 블루타임이 충만할 수록 삶의 행복도는 올라갈 것이다. 

골든타임도 있다. 심정지 환자가 다시 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하루 중에 골든 타임은 기상 직후의 시간이다. 이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고, 무엇을 계획하는가에 따라 하루의 삶의 질이 결정되기도 한다. 또 누군가에게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일 수도 있다. 하루를 평가하고, 내일 할일의 목록을 만들어보고, 어제 읽다만 책을 읽는 시간이다. 홀로 나를 대면하는 시간이다. 나의 지인은 자신의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시간이 자신을 지켜주는 시간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시간의 축적이 오늘의 자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삶이 방황이 아닌 순항이 되는 시간이라고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인의 삶은 하루 하루 단단해보인다. 

난 거기에 블랙타임을 하나 더 만들고 싶다. 블랙타임은 말 그래도 블래홀 같이 검은 시간이다. 하루를 보내는 나를 가만히 살펴보니 업무와 휴식이나 자기계발 시간, 또는 평가나 계획하는 시간 외에도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시간이 바로 '과거에 머무는 시간'인 것 같다. 이미 지나가서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을 자꾸 반추하려는 습성을 보게 되었다. 반추란 소가 여물을 먹은 후 위장에서 소화시키고, 다시 게워내서 되새김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이 여전히 현재의 나를 지배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반추는 반성과 다르다. 반성의 시간은 굳이 따지면 블루 타임이나 골든 타임이 될 수 있다. 반성과 성찰이 시간이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라면 반추의 시간은 나를 좀 먹는 시간이다. 나를 해치는 시간이다. 자신의 무의식이 쇠사슬에 발이 묶여서 꼼짝하지 못하는 노예의 시간이다. 또는 자기 연민의 시간이다. 이성의 시선은 사라지고 감정의 부스러기만 남아있는 시간이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마음과는 달이 의식과 무의식은 과거의 사술에 묶여 머물러 있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반추의 습성이 생기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 같은 경우에는 완벽주의 성향인 것 같다. 아니 완벽주의가 아니라 소완벽주의다. 내가 만든 나의 허상에서 나를 가두려는 습성이다. 나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소심함일 수 도 있겠다. 

인생은 밭을 가는 것과 같다. 이 밭에 어떤 씨를 뿌리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 그 밭에 어떤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풍성한 수확이 올 수도 있고, 쭉쟁이만 가득한 밭이 될 수도 있다. 어떤 밭을 얻을 것인가는 자신이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매일 우물에서 우물을 길어올리고, 매일 매일 바다에서 노를 젓는 삶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 같다.  레드타임, 블루타임, 골든타임에 점점히 박힌 블랙타임을 걷어내고

온전히 삶을 살면 좋을 것 같다. 모두의 삶이 레드타임, 블루타임, 골든타임이 서로 선순환을 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피해의식(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