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중지추 Jun 04. 2024

불안감 전가하기

하루 중 감정이 여러 차례 요동이 친다. 그 중에서도 갑자기 불안이 몰아칠 때가 있다. 어떤 상황이 나의 의도대로 통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적으로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의 감정의 나의 것이고 그 감정에 대한 책임도 내가 오로지 져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감정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도 않고 통제되지도 않는다.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려본들 한번 스파크가 일어날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상황이 종료가 되어야만 일단락이 나는 감정이다. 


불안감이 전혀 효용이 없는 건 아니다. 불안감이 있기에 그런 결과를 피하려고 미리 미리 준비를 하게 되기도 한다. 불안한 결과가 오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아무런 준비도 대비도 할 수 없는 불안감은 참 감당하기 어렵다. 오롯이내 몸으로 그 느낌을 떠안을 뿐이다.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왔을 때 나의 신체를 느껴봤다. 심장이 뜨겁다. 심장이 벌떡거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심장까지 벌떡거렸으면 이건 딱 공황장애라고 해야 하니까 말이다. 


 불안감을 어쩌지 못한 채로  책상 위에 있는 책을 집어들었다. 양자론이라는 과학 잡지다. 무심코 한장 한장 읽었다. 무슨 말인지 알것 같으면서도 대부분은 솔직히 모르겠다. 칼러판 그림으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설명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다 내 눈에 확 들어온 단어가 있다. '평행우주'란 단어다. 우주는 최초부터 빛의 세계로 갈라졌고, 수없이 많은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식이다. 그러니 나는 여기에도 있고 동시에 다른 세계에도 존재한다. 


' 다세계 해석에서, 세계가 갈라질 때는 세계(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갈라진다. 물건만이 아니라 사람도 갈라진다.'


'갈라진 다음의 세계는 각각 다른 '운명'을 겪는다. 수일 전에 갈라진 다른 세계에서 사는 당신과 거의 다른 없는 생활을 할지도 모른다. 수년 전에 갈라진 다른 세계의 당신은 큰 부자가 되어 있거나 병에 걸려 입원해 있을지도 모른다.'


'유감스럽지만 갈라진 세계를 인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른 세계 사이에 그 어떤 물질이나 정보를 주고받는 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다른 세계의 존재를 실감할 수 없어, 세계는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평행 우주는 어디에 있느냐? 갈라진 세계는 어딘가 거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동거한다.'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있다는 이론이 위안이 된다. 

불안감을 겪고 있는 나도 있지만 어쩌면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감을 겪고 있는 나를 선택하고 싶어진다. 


바로 여기에 있는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잠시 전가시키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의 불안감이라는 감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아니 상황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이 마음마저 또 다른 나에게 주고 싶어진다. 그리곤 여기에 있는 나는 편안해지고 싶다. 


영원히 못만날 수도 있다. 동시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를 말이다. 하지만 다른 감정을 가지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하루다. 

그리고 또 다른 나는 행복감, 자신감에 무한 기쁨에 가득차 있을 것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일부터는 여기에 있는 나와 또 다른 나는 서로 바뀌어서 이제는 그 모든 행복과 기쁨이 현재 여기에 있는 나의 것이 되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빈 배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