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안의 아큐를 죽여라!

<아큐정전>_루쉰

by 피킨무무







“어떤 승리자는 적수가 호랑이나 매 같아야 비로소 승리의 기쁨을 느낀다.(...) 또 어떤 승리자는 모든 것을 정복 한 뒤(...) 오로지 자기 한 몸 고독하고 쓸쓸하며 적막하게 남게 되어 오히려 승리의 비애를 느낄 따름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큐는 그렇게 빈약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끝까지 득의양양했다. 이건 어쩌면 중국의 정신문명이 전 세계의 으뜸이라는 하나의 증거인지도 모른다.”p.93


“아큐는 이 사람에게 무슨 내력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즉시 자연스럽게 무릎 관절이 풀려 그 자리에 꿇어앉았다.

(...)

"노예근성...!" " p.125


중국은 세계 4대 문명 중의 하나를 이룩한 찬란한 문명발상지다. 그러나 춘추전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강력한 중화사상과 근현대사의 끊임없는 내외전쟁의 부침으로 루쉰이 살았던 당시의 혼란한 중국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상상해 본다. 위대함은 사라지고 정신승리만이 남았으며, 유교적 질서는 파괴되고 단순한 노예근성만이 남았다. 이러한 정신승리와 노예근성은 바로 작품의 주인공 아큐를 대표하는 특성이다.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은 청나라의 패망으로 황제체제를 버리고 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일반시민의 힘이 필요함을 알았고, 그들이 먼저 깨우치기를 바랐다. 그가 <고향>이라는 다른 작품에서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이것은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은 깨어있는 민중의식을 가진 중국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현대중국의 희망이 생긴다고 보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그는 중국인으로서 중국사회의 치부를 신랄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조롱함으로써 중국인들을 깨우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사후 중국은 그가 바랐던 희망적인 모습을 찾아갔는가? 제 손으로 자신의 문화적 유산을 파괴하는 반달리즘, 공산당이라는 사실상의 유일 정당 체제, 다시 말하면 독재체제로의 순응, 만물 중국기원설을 주창하는 시민들의 무지, 그리고 문화적, 사상적 검열로 그 무지를 방치, 혹은 나아가 독려하는 정치인들. 만약 루쉰이 살아있었다면 땅을 치고 분노하며 슬퍼하지 않았을까? 되려 다시 1인 황제체제로 돌아간 시진핑의 독재는 루쉰이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이지 않으려나.


하지만 이것을 반드시 중국인들만의 문제라고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상황 역시 암울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역시 냄비근성이라고 표현되곤 하는, 한순간 들끓어 올랐다가 확 가라앉아버리고 결국에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민족성으로 현재의 불의와 부패에 눈감고 있지 않은가. 나만 하더라도 아늑한 소파에 파묻혀 속 터지는 정치뉴스클립보단 눈이 즐거운 케이팝아이돌뮤직비디오를 재생하고 있지 않나.


아큐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시대와 혈통을 분간할 수 없다. 그렇기에 보편성을 획득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이름이다. 우리 안에는 누구나 아큐가 살고 있다. 그러니 현재를 살아가는 자, 당신 안의 아큐를 죽여라, 깨어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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