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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May 18. 2024

진짜 왜 그러는 걸까요?

-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나에게도 닿기를...

  (사진은 국가문화유산포털에서 가져온 석굴암 사진입니다. 문제가 있을 경우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pisode 1.

  몇 달 전 임플란트를 식립한 환자가 있다. 우리 치과에 오래 다닌 분이지만 대하기 늘 어려운 분이다. 간혹 (분명히 정기검진 문자가 발송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정기검진 연락을 안 준다고 갑작스럽게 화를 낸다거나, 내가 진료 중에 직원과 이야기를 한다고 짜증을 내거나(텔레파시를 할 순 없지 않나요) 하는 식이다. 이번에도 이 분 덕에 모두가 황당해했던 일이 있었다.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4개월이 넘어서 다음 단계 진행을 위해서 전화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전화번호가 바뀐 건지 없는 번호라고 나오는 것이다. 난감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오는 분이기에 며칠 지나면 연락을 주거나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나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분이 하는 말에 전화를 받았던 직원이 벙쪄있었다.


직원 : 안녕하십니까, OO치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환자 : 저 △△△인데요, 임플란트 계속해야 하는데 왜 연락을 안 주세요?

직원 : 환자분, 저희가 연락을 했었는데 전화번호가 바뀌었는지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고요.

환자 : 아니, 며칠 전에 통신사 옮기면서 번호 한 자리 바뀌었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요?

직원 : ???


  번호 한 자리가 바뀌었단다. 환자 본인 입으로 통신사를 옮기면서 전화번호 한 자리가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연락을 왜 안 줬냐고 한다. 010을 제외한 나머지 8자리 숫자 중에 몇 번째가 바뀐 줄 알고 우리가 번호를 바꿔가며 전화를 해야 할까. 도대체 당신의 머릿속에 우리는 무엇으로 생각되는 걸까. 입장을 바꿔서 당신이 우리 직원 입장이었다면 뭐라고 답을 했을까. 이러나저러나 치료는 진행되어야 하기에 진료 예약을 잡았다. 아휴... 뭐... 이런 사람도 있는 거지...라는 한숨만 나온다.


Episode 2.

  5~6년 즈음되었을까? 치아가 쪼개져서 발치를 했던 환자가 있다. 심한 이갈이, 마모로 인해 치아에 균열이 있었고, 어느 날 딱딱한 음식을 씹으면서 쪼개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랑니 바로 앞에 있는 치아인 데다 치조골 소실도 심해서 사랑니도 뽑고 난 후에 임플란트 식립을 진행하도록 권유했었고, 환자분은 생각해 보겠다며 치료를 보류했었다. 몇 달 후에 반대편에 같은 위치에 있는 치아도 똑같은 상황으로 발치를 진행했었다. 환자 개인의 사정이 있어 치료 진행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의 필요성만 말했을 뿐 더 이상은 권유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 잊고 지냈는데 얼마 전 그 환자가 내원했다. 양쪽 아래 잇몸과 임플란트가 불편하단다. 순간 내가 벙찐다. 우리 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한 적이 없는데, 임플란트가 불편하면 거길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여러 사정으로 우리 치과에서 치료를 진행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내가 저 임플란트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엑스레이를 촬영해 보니 빠진 치아 뒤에 있는 사랑니를 그냥 두고 임플란트를 심어서 주변 잇몸이 엉망이다. 임플란트 상태는 굳이 내가 평가하기는 뭣해서 치료했던 치과로 가보시라 말하고, 아픈 잇몸을 가라앉히기 위한 치료만 하고 보내드렸다. 임플란트를 안 봐주냐고 하지만 괜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싶지 않았고, 내가 손을 대기도 불편한 상황이라 치료했던 치과에 가보도록 다시 설명을 했다. (이런저런 말은 많았지만 생각하니 열이 받아서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다.) 환자가 툴툴거리는 마음만큼 역시도 황당할 따름이다. '치료는 거기서, 관리는 여기서'는 도대체 무슨 마음인 건지...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이 진심으로 나에게도 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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