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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May 14. 2024

EP03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공연할건데?

To be the Superhero : 공연기획 Part (3)


뮤지컬도, 공연도 전부 처음이었던 비전공 대학생 총괄.

동아리 공연 경험이 전부였던 공대생 시각디자이너.

그리고,

오로시의 보컬로 연을 맺은, 역시나 비전공인 두 사람.



다섯에서 둘, 둘에서 다시 넷.

계약과 함께 팀원이 늘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도대체 이 작품은 어떤 작품인지, 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하는지, 그리고 언제/어디서/누구와/어떻게/얼마나 공연을 할 것인지.아무것도 답할 수 없는 지금 공연 준비는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했고, 이제야말로 ‘진짜’ 회의 지옥이 막 시작될 참이었다.

연출진의 프로덕션 회의록(출처: 오로시)



1. 공연 일정과 횟수

언제, 얼마나 공연을 할 것인가. 


사실 이 문제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금을 지원받을 곳이 없는 소규모 동아리로서는 어떻게든 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공연은 오직 한 번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겨울 방학 학생 공연들이 2월 마지막 주~3월 첫 주 주말에 공연을 올리기 때문에, 극장 계약을 수월케하고자 해당 시기를 피하려고 했고, 공연일은 2월 23-25일 사이에서 잡았다. 극장 상황이 어떻게 될지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연일자를 확실히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계획은 2주도 가지 못했는데, 배우 모집 중에 중대한 변경사항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지원했을 뿐더러, 한 명씩 추려내자니 그들 간의 조화가 우리가 원한 방향성과 달랐다. 이런 저런 조건을 따져보니 두 개의 조합이 보였고, 결국 우리는 더블캐스트로 2회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공연 횟수는 2회로 확정되었고, 이틀을 내어줄 수 있는 극장을 찾는 일만 남았다. 




2. 공연 장소

2월 마지막 주 주말이 비어있는, 대관비가 높지 않은, 

학생단체도 받아주는 100석 이상 규모의 극장.


그게 우리의 조건이었다. 그런 극장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서울, 경기에 있는 많은 극장들을 마구잡이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전화 문의, 이메일 문의, 홈페이지 탐색… 많은 동아리들이 공연을 올리는 시기인지라 조건에 맞는 극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일자가 맞으면 객석이 많고, 객석이 맞으면 대관료가 높고, 대관료가 맞으면 너무 작았다. 결국 우리는 다시 소거법으로 돌아왔다. 가능성이 있는 극장들을 리스트업한 뒤 예산을 뽑아보고 불가능한 극장들을 지웠다. 그렇게 우리는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극장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 아니었다는 걸, 더 많은 것들을 고려했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노션에서 구축한 실제 공연장 리스트업 페이지(출처: 오로시)




3. 작품 분석

프로덕션을 꾸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작품 분석이 선행되어야했다. 배우는 몇 명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동선이 필요한지, 어떤 분야의 스탭들이 필요한지 알아야했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대본 번역에 있어서도 어떤 메시지와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나갈지를 결정해야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길어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이 과정이야말로, 예상치 못한 고난의 시작이었다.

우선 Concord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배역과 음역을 다시 체크했다. 그리고 원본 영어 대본을 각자 읽고 캐릭터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공유했다. 똑같은 대본을 보더라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외모, 키, 체격, 성격, 말투, 목소리 등 각자의 캐릭터 설정을 공유하면서 동일한 지점으로 수렴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련된 홍보 영상과 인터뷰를 찾아보면서 밤을 새우기는 일쑤였고, 심지어는 그 결과를 가지고 꽤 자주 싸우기도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고, 이를 바탕으로 프로덕션 공고를 만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번역도 시작할 수 있었다.

작품분석에 참고하기 위해 수집한 자료(출처: 오로시)




4. 프로덕션 구성

연출 / 기획 / 음악 및 음향 / 무대 및 소품 / 시각디자인 / 홍보마케팅 / 배우진


프로덕션의 구성은 전적으로 연출인 내 몫이었다. 작품의 각색, 번역, 연출, 디자인 등 모든 것이 나의 구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을 판단하고 공고를 제작하는 것 또한 연출인 내 업무였다. 물론 모두가 재학생이었기 때문에 팀원들의 조력을 구하기 어려웠던 것 역시 사실이다. 공고는 총 세 종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 카드뉴스용, 웹페이지(OTR)용,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용. 

청년층을 타겟층으로 하는 공고는 세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었다. 시놉시스와 캐릭터 정보, 원작 티저와 스튜디오 레코딩 정보를 포함해 올린 공고. 하지만 공고를 올리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프로덕션 구성에 참고할 수 있는 작품 정보(출처: Concord 홈페이지)
OTR에 업로드한 공고(출처: 오로시)




5. 마스터 플랜

여기까지 마친 이후에 연출진이, 그리고 내가 매진했던 것은 마스터 플랜을 세우는 일이었다. 공연제작과 관련한 모든 일정을 리스트업하고, 최소한의 데드라인을 정해놓는 것은 원활하고 안전한 프로덕션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물론 팀이 꾸려진 이후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유감스럽게도 학교에 치이던 팀원들에게 그런 여력은 없었다. 때문에 마스터 플랜 역시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최대한으로 필요한 것들을 셈하고, 최소한의 인력으로 가능한 일정을 짠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세운 마스터 플랜. 공연이 끝나고야 깨달았지만, 우리의 마스터 플랜은 이미 1월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프로덕션의 붕괴로 이어졌다. 그만큼 현실적인 마스터 플랜은 단체의 존속과 공연의 퀄리티에 직결되어있다. 


프로덕션 마스터 플랜(출처: 오로시)


오로시의 11/12월 마스터 플랜 캘린더(출처: 오로시)


오로시의 1/2월 마스터 플랜 캘린더(출처: 오로시)



여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기초적인 공연기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이후의 과정은 프로덕션을 꾸리고, 오디션을 치르고, 연습실을 구하는 보다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다시 말해, 연출진이 아닌 엄연한 프로덕션이 세워진 이후에 치러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만 다다르기 위해서 오로시는 수 차례의 오프라인 회의와 수백 수천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열정 만으로 공연을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프로덕션 역시 마찬가지다. 원하는 사람이 적절한 배역에 지원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 기적을 마주하기까지의 고군분투를 다음 편에서 만나보자.




오로시의 첫 번안 뮤지컬의 제작기를 담은 기획 에세이 시리즈

: To Be the SUPERHERO


본 포스트는 오로시 에디터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이므로, 

실제 업계 및 여타의 프로덕션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디터 반물
서로 다른 울림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을 오롯이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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