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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시 Apr 24. 2024

EP02 라이센스 계약, 직접 해야한다고요?

To be the Superhero : 공연기획 Part (2)


2023년 7월 초. 

하반기 공연 작품을 선정할 겸 앞으로의 스케줄을 짤 겸 당시 오로시의 운영진이던 5명이 모였었다. 우리는 오로시의 하반기 계획에 대해서, 공연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밤샘 회의가 마무리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두 명으로 줄어있었다. 하루이틀 시간 조율로는 불가능한 반년의 여정을 담보하기에 당장 다음 학기 일정을 확언할 수 없는 학생들은 취약했다. 더욱이 성공여부를 점칠 수 없는 미수입 라이센스라면 그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2023년 7월 말. 

당시 진행 중이던 어쩌면 해피엔딩/DEAR EVAN HANSEN 커버 녹음과 촬영을 병행해가며 작품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했다. 학생단체에게는 라이센스를 주지 않는 공연들, 너무 대규모인 작품, 한국 관객의 이해를 바라기 어려운 작품. 이제 오로시에게 작품 선정은 ‘선택’이 아닌 “소거법”이었다. 그리고 소거법의 결과가 하나로 수렴되었을 때 우리는 이런저런 고민은 뒤로 하고 선택된 작품을 사랑하기로 했다. 


2023년 8월 초.

SUPER HERO. 여전히 낯선 그 제목의 권리를 갖고자 우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서로에게 어떤 롤이 맡겨질지도 모른 채로 그저 공연의 시작을 열었던 우리는 고작 둘 뿐이었지만, 더 지체할 수 없었다. 작품 계약이 안되어있으면 프로덕션을 꾸릴 수 없고, 프로덕션의 구성이 늦어지면 극장을 비롯한 모든 스케줄이 무너질 것이었다. 그렇기에 연출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로 우리는 계약을 서둘러야만 했다. 목표는 8월 31일. 이 여름이 끝나기 전에 계약은 마무리되어야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과정은 생각보다 빠르고 평범했다.

컨택, 흥정, 송금, 영수증 발급, 그리고 마침내 라이센스 취득.

거기까지는 2023년 7월 31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이어진 54개의 이메일이 필요했다.

라이센스 관련 메일 리스트(출처: 오로시)





1. 단체 계정 승인 Organization Account Approval

첫 번째 단계, 바로 공연 단체로서의 계정을 등록하고 승인을 받는 것이다. 이때 단체의 성격이 라이센스 계약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일부 대행사의 경우 학생단체를 받아주지 않거나 교수/법인 등의 증명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오로시는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MTI 등의 라이센스 대행사에 속한 작품을 올릴 수 없었다. Concord의 경우 학생 단체에 따로이 요구하는 조건이 없으며 대학생 연합 동아리(Intercollegiate Club)이라는 점을 고려해주기도 한 덕분에 여러가지로 배려받을 수 있었다. 단체 계정 등록에는 대표자의 개인정보와 단체의 주소지, 연락처 등 정보가 필요하다.

단체 계정 정보(출처: Concord 홈페이지)




2. 라이센스 계약 요청 Licensing Request

개별 대행사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작품을 찾아 라이센스 요청(Request)를 넣으면 된다. 단체 계정이 승인된 상태라면 여기는 어렵지 않다. 다만, Concord를 포함한 일부 대행사들은 라이센스 요청과 함께 반드시 자료(Material) 구매를 체크해야만 요청이 가능하다. 이때 자료란, Acting Addition이나 Script와 같이 대부분 공연의 대본집/악보집에 해당한다. 원래는 공연인단의 수만큼 구매하게 되어있으나 오로시는 이어지는 단계에서 해당 조건을 해결했고, 각 1권만을 구매했다. 

라이센스 리퀘스트 결과(출처: Corcord 홈페이지)




3. 계약 조건 협상 Negotiation of conditions 

여기가 가장 의외인 부분이었다. 아무래도 해외 대행사에 작품 라이센스라는 정식 계약인 만큼 네고같은 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담당자와의 메일을 통해 여러가지로 배려받을 수 있었다. 우선 오로시가 감당가능한 예산 범위를 전달하고 그 안에서 performance fee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담당자는 해당 부분을 최대로 고려해주셨고 우리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었을 뿐더러 추가 비용 없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티켓비, 극장 규모 등에 대한 정보도 안내받을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유료 티켓이거나 극장 규모가 커지거나, 공연기간 연장, 굿즈 판매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사실을 고지하고 라이센스 비용을 더 내야한다. 


실제 메일 내용(출처: 오로시)




4. 계약 체결 Licensing Agreement & Payment 

모든 조건의 논의를 마친 이후에는 해당 조건들이 명시된 계약서를 전달받으며 전자 서명을 한 뒤에 다시 돌려보낸다. 이로써 계약이 마쳐진 것이다. 그 후에는 담당자님의 안내에 따라 계약금을 납부하고 해당 사실을 증명하는 Invoice를 발급받는다. 결제는 VISA카드 등으로 가능하다. 결제 가능한 기간은 꽤 넉넉하게 주는 편이지만 환율도 자금 지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로시는 환율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결제를 서둘렀었다. 


실제 콩코드와의 라이센스 계약서 일부(출처: 오로시)  


계약 체결 완료 후 발급되는 INVOICE(출처: Corcord 홈페이지)




5. 머티리얼 전달 Getting Materials

계약금 전액 납부가 확인되면 이제 공연 관련 자료에 대한 권한이 전달된다. Concord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계약 완료 표기와 함께 공연 일자를 확인할 수 있었고, 담당자님으로부터 전체 대본, 보컬북, 오케스트라 총보, 세션별 악보를 전달 받았다. 공연마다 어떤 자료들을 받을 수 있는지가 다른데, Qlab 파일, 전체 MR파일, 오케스트라 악보, 피아노 악보, 보컬북, 대본 등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자료이며 대부분은 오케스트라 악보까지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악을 직접 제작할 수 없는 형편의 프로덕션이라면 MR파일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다. 오로시는 조건보다도 작품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MR/Qlab 파일이 없다는 사실을 사전에 확인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SUPERHERO의 머티리얼 상세(출처: Corcord 홈페이지)


계약 완료 후 전달받은 머터리얼(출처: 오로시)




6. 계약 조건 수정 Additional Information Sending

조건의 수정은 사실 일반적인 학생 프로덕션에서는 불필요하지만, 오로시의 경우 극장과 공연일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에 변경사항이 생겼다. 우선 극장이 확정되었고(구로 꿈나무 극장, 153석), 공연일이 변경되었으며(02/24-25 -> 02/03-24), 공연 횟수가 추가되었다. 이에 해당 사항이 확정된 시점에서 담당자님께 변경사항을 고지, 공연 횟수 추가에 따른 추가금을 납부하였다.




7. 특수 추가 계약 Additional Contracts

마지막 단계 역시 일반적인 학생 프로덕션에서는 흔치 않은 과정인데, 바로 특수한 추가 계약이다. 오로시의 경우 미수입 작품의 국내 첫 라이센스 공연이었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했다. 이에 번역가 계약을 따로 체결했으며, 이후 영상 촬영 및 공개를 위한 Video Rider 옵션을 추가했다. 번역가 계약은 회사에 따라 다른데 일부 회사는 번역가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경력과 증명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Concord는 증빙을 요구하지 않았고 필자 본인이 직접 계약할 수 있었다. Video Rider의 경우 공연 실황 영상 촬영과 소장, 5분 미만의 영상 공개 등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계약으로 약 25만원 정도의 비용을 요구한다. 오로시의 경우 추후 상황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계약을 진행했다.

Video Rider(좌), 번역가 계약(우)(출처: 오로시)



여기까지가 오로시의 라이센스 계약 과정이었다. 

계약 완료까지 시간은 약 한 달 반, 총 비용은 250만원 정도가 들었다. 프로덕션이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진행하다보니 혼자 판단하고 진행해야하는 것들이 많아 고민하는 날들도 많았고, 여름이었던지라 담당자님의 여름 휴가가 끼면서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계약 당시에는 영어로 소통하고, 영어로 가득한 계약서를 해석해 조건을 기록해둬야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직접 진행하면서 우리 측에 필요한 사항을 바로 요청할 수 있다는 측면도 분명한 이점으로 작용했다고 하겠다.


그렇게 계약을 마친 2023년 9월. 

SUPER HERO의 권리를 취득한 오로시의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오로시의 첫 번안 뮤지컬의 제작기를 담은 기획 에세이 시리즈

: To Be the SUPERHERO


본 포스트는 오로시 에디터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이므로, 

실제 업계 및 여타의 프로덕션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디터 반물
서로 다른 울림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을 오롯이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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