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the Superhero : 공연기획 Part (1)
하나의 공연을 올리기 위한 첫 발걸음, 공연기획.
작품을 정해놓고 프로덕션을 꾸린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우리에게 작품 선정은 최초의 장벽이었다. 누구를 위한, 어떤 내용의 작품을 올려야만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 당시로서는 답할 수 없는 그 질문들에 답해야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만큼 공연 기획이란 무어라고 정의하기가 가장 모호한 단계이지만, 정해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최초의 단계였다고 하겠다. 오로시와 같은 학생 공연의 경우, 이 단계에서 연출진 혹은 제작진들끼리 마음이 맞지 않아 파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들 한다. 다행히도 오로시의 공연 기획은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첫 단추는 빠르게 꿸 수 있었다.
공연을 올리려는 지금, 작품을 결정하기 힘들다면 아래 질문지에 답해보자.
오로시의 경우, <뮤지컬/라이센스 공연/초연/학생/비전공/소규모/500만원>이라고 답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상세한 기획을 해나갈 수 있었다.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수많은 갈등을 겪었는데, 그 과정을 네 개의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오로시는 처음부터 미수입 라이센스 뮤지컬의 최초 번역 공연을 목표로 했다. 때문에 Concord를 비롯한 다양한 뮤지컬 제작사(라이센스 대행사)의 홈페이지들을 검색했고 그 작품들을 리스트화 하여 우리에게 맞는 작품을 선정했다. 하지만 오로시처럼 ‘번역’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 않는 한 초연 공연은 일반적인 학생 동아리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며, 학생 단체에 라이센스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고, 라이센스 비용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지점들도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할 것이다.
<해외 라이센스 대행사 리스트>
- MTI : https://www.mtishows.com/
- Concord theatricals : https://www.concordtheatricals.com/
- TRW : https://www.theatricalrights.com/
- Broadway licensing : https://broadwaylicensing.com/
- Theatre works : https://twusa.org/licensing/
오로시는 배우 선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소속이 명확하지 않은 연합 동아리, 그것도 유명하지 않은 단체가 좋은 배우들을 원하는 만큼 구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좋은 배우들을 구한다 하더라도 그들을 소수의 운영/연출진으로 관리하는 것도 적지 않은 품이 들 것이 명백했다. 또한 자금이나 무대, 소품 제작들을 고려했을 때에도 중극장 이상의 규모는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고,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지는 것도 지양하고자 했다. 때문에 작품 탐색 당시 Theater(극장)의 규모는 작은 것으로 Crew(총 배우 수)는 8명이 넘지 않을 수 있도록, 5명 정도를 염두에 두고 탐색했다.
사실 공연 기획은 이 단계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용범위가 정해진 이후 작품을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아주 치열하고 치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지는 넓어지고 갈등의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단체의 목적성을 계속해서 환기시킬 필요성이 있다.
오로시의 경우, 소품/의상/무대 제작에 소모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시대 배경이 현대인 작품을 우선하였고, 장르는 번역의 난도를 고려하여 특이하지 않은 휴먼드라마로 정했다. 그 다음은 라이센스 비용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대부분의 대행사들이 작품의 유명세 등에 따라서 라이센스 비용을 다르게 책정하는 편이다. 때문에 가능한 한 자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예산 확인하기 기능(GET AN ESTIMATE)을 이용해서 미리 라이센스 비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학생공연에서 유명한 공연을 다루기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었을 때의 후보작은 5개 미만인 경우가 좋다.
여기서 잠깐! IP란?
지식재산권 知識財産權 /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P; IPR)
법령 또는 조약 등에 따라 인정되거나 보호되는 지식재산에 관한 권리(지식재산 기본법 제3조 제3호).
실제로 뮤지컬의 수입과 수출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영화, 시나리오, 캐릭터 등 매우 넓은 의미로 IP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본 포스트에서는 오로시의 작품이 아닌 ‘원작’으로서의 의미를 강조하고자 해당 단어를 사용하였다.
마지막 4단계에 다다랐다면 사실상 가능한 작품이 매우 적어지므로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은 프로덕션의 타겟인 한국 관객들에게 쉽게 수용될 수 있을 만한 스토리를 고르는 것이다. 대행사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에서 했던 공연 영상을 찾아보거나 스튜디오 레코딩 음원을 들어보는 것 등이 도움이 된다. 일례로 오로시는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음원을 모두 들어보고 관련된 영상이나 인터뷰를 찾아보고 난 이후에 결정했다. 해당 작품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공연 제작의 과정이므로 공연을 이끌어나갈 연출진들의 취향도 상당히 중요하다.
여기까지가 하나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 주관 단체에 적합한 IP를 선정하는 과정이었다. 오로시는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IP 선정 이후 오로시의 본격적인 공연 계획 수립과정을 들여다보자 :)
본 포스트는 오로시 에디터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에세이이므로,
실제 업계 및 여타의 프로덕션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에디터 반물
서로 다른 울림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을 오롯이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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